WELLNES
숙면의 기술
잠은 불필요한 자극을 덜어낼 때 비로소 찾아온다.
잠을 줄여가며 버티는 것은 더 이상 부지런함의 상징이 아니라 몸을 소모하는 습관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수면 부족은 여전히 심각하다. 대한수면연구학회의 ‘2024 한국인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8% 짧다. 과연 어떻게 해야 잘 잘 수 있을까.
바른수면연구소 서진원 소장은 “카페인을 획기적으로 줄여보세요”라고 조언한다.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전 세계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카페인은 뇌의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해 졸음을 억제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시킨다. 커피를 마셔도 잘 잔다는 사람들은 단지 카페인 분해 속도가 빠른 체질일 뿐, 카페인이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든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두 번째 방해 요소는 빛이다. 저녁 시간에 노출되는 강한 조명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 시점을 늦추고 양을 줄인다. 특히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습관은 생체리듬을 무너트리는 주요 요인이다. 호텔에서 유독 잠이 잘 오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환경 또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조명은 15럭스 미만, 습도 30~50%, 소음 50dB 이하일 때가 가장 이상적이다. 수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의 경추 각도를 측정해 맞춤형 베개를 추천하는 슬립 라운지도 생기고 있다.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에서 만든 무인 베개 체험 공간 ‘슬립 라운지’의 조은자 소장은 베개 높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기능성 베개는 후두부가 닿는 가운데가 낮고 양옆이 높아요. 이는 정자세로 자는 사람과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되죠. 옆으로 누웠을 때는 베개의 가장자리 부분에 머리를 두면 경추 정렬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요. 어떤 자세에서도 목의 곡선을 지지해주는 높이가 핵심이에요.” 만약 어깨가 불편하다면 옆으로 누워 베개 끝부분을 어깨 위에 살짝 올려보라는 팁은 자고 일어나면 어깨가 결리고 두통이 느껴지는 내게 좋은 해결책이 되었다.
수면 습관과 문제점 등을 분석해 개인 맞춤 수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바른연구소센터.
다음은 소리 환경이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 ASMR이나 백색소음을 켜두고 자는 사람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전문의 주은연 교수는 저서 <매일 숙면>에서 “백색소음은 시끄러운 환경을 다른 소리로 덮는 개념에서 시작됐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모든 백색소음이 도움되는 것은 아니에요. 환경 소음과 주파수가 비슷할 때만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기도 하죠.” 백색소음이나 ASMR이 숙면을 돕는다는 믿음은 결국 개인차가 크다는 의미다. 불면의 시간이 길어 일상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멜라토닌 합성을 촉진하고 긴장을 완화해 자연스럽게 잠들도록 돕는 수면 유도제나 영양제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며 잘 자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임을 명심해야 한다. <매일 숙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수면의 본질을 회복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오래 누워 있으면 더 잘 잘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는 것입니다.” 숙면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수면 습관을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평소 몇 시에 잠자리에 드는지, 잠이 드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기상 시간은 일정한지 등을 살펴보면 된다. 잠자리에 들고 나오는 시간이 늦고 불규칙한 이들은 신체리듬이 뒤로 밀린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을 겪기 쉽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이 지속되면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경우에는 취침 전 멜라토닌을 복용하고 기상 직후에는 햇빛을 쬐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반대로 불면증에서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인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에 비해 실제로 자는 시간이 짧은 사람들에게는 수면 제한법을 권장한다. 하루 중 침상에 머무는 시간을 평소의 75~80%로 줄이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는데 억지로 누워 있기보다 일어나서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활동을 한다. 다시 졸릴 때 침대로 돌아오고, 또 잠이 안 오면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단 이때 밝은 빛에는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하룻밤 사이 몇 번을 반복해도 괜찮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뇌가 침대를 ‘잠을 자는 곳’으로 인식하면서 깨는 횟수가 줄어들고 쉽게 잠들 수 있게 되는 거죠”라고 <매일 숙면>에서 설명한다.
세계적으로도 숙면에 대한 요구가 이어진다. 수면의 질을 최대로 높이는 방법을 시도하는 ‘슬립맥싱(Sleepmaxing)’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으며, 수면 습관을 분석해 렘수면 타이밍에 맞춰 알람을 울리는 수면 추적 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수면 부족에 관대한 사회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하루를 잘 살아가는 힘은 결국 숙면에서 나온다. 잘 자는 법에 정답은 없지만, 잠을 방해하는 요소를 하나씩 덜어내며 내 몸이 스스로 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숙면의 기술이다.
더 웨스틴 리조트&스파 깜란
베트남 깜란의 해안선을 따라 자리한 ‘더 웨스틴 리조트&스파 깜란’은 특히 ‘잠’에 진심인 리조트로 유명하다. 모든 객실에는 라벤더 밤이 비치되어 있고, 슈퍼푸드로 구성된 식단을 제공한다. 호텔만의 독자적인 ‘웨스틴 헤븐리 베드(Heavenly® Bed)’가 설치되어 최적의 숙면 환경을 완성한다. 움직임 제어 기술과 온도 조절 기능이 탑재된 침대는 밤새 뒤척임을 최소화하며 깊은 수면을 유도한다.
marriott.com
아난타라 라얀 푸껫 리조트
태국 푸껫의 평화로운 해변의 ‘아난타라 라얀 푸껫 리조트’에는 웰니스 센터 ‘라얀 라이프 바이 아난타라’가 자리한다. 이곳의 핵심은 바로 ‘수면 회복 프로그램(Sleep Restoration Program)’. 수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바탕으로 의료진들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꾸린다. 필요시에는 수면무호흡증을 위한 CPAP 기기가 제공되며, 수면 전문의와의 상담과 요가, 마인드풀 세션과 마사지 등을 제안한다.
anantara.com/en/layan-residences-phuket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
인도네시아 발리의 정글 속에 위치한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는 ‘디스커넥트 투 리커넥트(Disconnect to Reconnect)’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인이 수면과 웰니스에 집중한다. 그중 수면 테라피는 신체·마음·호흡을 통합적으로 다루며, 니드라 요가와 마사지 트리트먼트부터 명상, 아유르베다 전통 의학에서 착안한 나샤(Nasya) 전통 요법까지 심신의 안정을 이룰 수 있는 3가지 세션으로 이뤄졌다.
mandapareserve.com
젬 웰니스 클리닉 알테아
스페인 알테아의 ‘젬 웰니스 클리닉 알테아’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웰니스 클리닉이다. 불면증 관리, 수면 주기 조절, 야간 습관 개선을 목표로 한 수면 전문 트리트먼트 객실과 스위트룸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개인의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뇌파와 심박변이도 측정, 수면다원검사, 호르몬 밸런스 조정 세션 등을 개인에 적합한 비율로 구성한다.
zemaltea.com
EDITOR
이영진
PHOTO
Glenna Haug/UNSPLASH, COURTESY 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