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NESS
수면 위의 휴식법
와추 테라피는 따뜻한 물 위를 유영하며 춤추듯 몸과 마음을 동시에 풀어내는 경험이다.
자연을 배경으로 와추 테라피를 경험할 수 있는 ‘캐슬 핫 스프링’.
잔잔한 음악과 따뜻한 물이 흐르는 동굴 같은 분위기의 차움 테라스파 움 풀.
물속에서는 부력 덕분에 움직임이 한결 가벼워진다. 또 관절의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수중 운동은 재활 프로그램에 자주 활용된다. 그런데 최근에 물의 치유력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장면을 마주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와추(Watsu) 테라피’ 영상이었다. 타인에게 몸을 맡기고 물 위를 유영하는 모습은 운동이라기보다는 편안한 휴식의 순간처럼 보여 호기심을 자극했다.
와추는 물을 뜻하는 워터(Water)와 일본 전통 지압법인 시아추(Shiatsu, 指圧)를 합친 이름으로 따뜻한 물 위에서 이루어지는 수중 지압 마사지다. 치료자(Giver)가 물 위에서 대상자(Reciever)의 몸을 부드럽게 흔들고 늘리며 긴장을 풀어주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곳이 많지 않지만, 회원제로 운영되는 차움의 ‘테라스파’에는 ‘움(Um)’이라는 와추 전용 풀이 있다. 여성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차움은 ‘자궁(Womb)’에서 이름을 따와 자궁을 연상시키는 유선형의 움 풀을 완성했다. 와추 테라피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움 풀에 들어서자 별빛이 스민 듯한 천장과 낮게 흐르는 음악이 어우러지며 아늑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프로그램은 다리에 부유기를 착용한 뒤 등을 물에 누이면서 시작된다. “수영을 못해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에 트레이너는 “전혀 상관없어요. 부유기를 착용하면 몸이 저절로 뜨고, 제가 움직임을 도와드릴 거예요”라며 안심시켰다. 실제 세션은 설명 그대로였다. 트레이너가 한쪽 다리를 접어 흔들고 허리를 돌리며 전신의 긴장을 풀어줬다. 이때 목을 받쳐주거나 어깨에 팔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가라앉을 걱정도 없었다. 눈을 감은 채 트레이너의 손길과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니 금세 나른해졌다. “졸음이 오는 건 몸이 제대로 이완됐다는 신호예요. 와추의 목적은 결국 이완이니까요.”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재중 아쿠아 트레이너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단순한 재활보다 불면이나 근육 뭉침으로 와추 테라피를 찾는 젊은 층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물속에서 몸을 맡기는 방식인 만큼 치료자와 대상자의 신뢰도 중요하다. “보통 2~3회 이상 받으면 동작이 더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처음에는 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힘을 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의 움직임에 오래 집중한 탓인지 속이 울렁거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재중 트레이너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됩니다”라고 말했다. 와추 테라피의 효과는 서서히 드러났다. 집으로 돌아와 양반다리를 하자 뻐근했던 고관절 통증이 완화되었다는 사실이 체감되었다.
물은 오래전부터 치유의 방편이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류머티즘 환자나 부상당한 병사들이 온천욕으로 치료를 했고, 중세 시대에는 목욕탕에 수치료 전담 의사까지 있었다. 일본에서는 온천 치료를 의료 활동으로 인정하며 일부 센터에는 필요한 만큼의 온천수를 사갈 수 있는 ‘자판기’까지 마련되어 있다. 와추 테라피는 따뜻한 물이 주는 생리적 효과와 테라피스트의 전문성이 더해져 전신을 이완시킨다. 몸이 무겁게 느껴지거나 잠들기 어려운 날, 혹은 긴장이 쉽게 풀리지 않는 날에는 따뜻한 물 위에서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경험해봐도 좋겠다.
고요한 이완의 순간, 캐슬 핫 스프링
미국 소노라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캐슬 핫 스프링(Castle Hot Springs)’은 애리조나 최초의 천연 온천 리조트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온천수를 활용한 다양한 수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와추 테라피다. 자연 속 온천에서 새소리와 나무 향기를 느끼며 진행되는 세션은 심신의 긴장을 풀어준다. 온천수에는 기분 안정과 신경 건강에 도움을 주는 리튬이 소량 함유돼 있어 이완 효과를 높인다.
castlehotsprings.com
프라이빗 웰니스, 두짓 타니 교토
‘천국 속 도시’를 뜻하는 ‘두짓 타니 교토(Dusit Thani Kyoto)’는 태국 호텔 그룹 두짓 인터내셔널이 일본에 연 두 번째 호텔이다. 태국과 일본 문화를 조화롭게 결합한 이곳의 웰니스 센터 ‘데라바나’는 다양한 퓨전 트리트먼트를 제공한다. 그중 하나가 와추 테라피. 프라이빗한 풀을 활용하는 와추 테라피는 하루 한 번, 밤 9시에 1시간 동안만 진행하며, 예약이 필수다. 또한 월별 운영 요일이 달라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dusit.com/dusitthani-kyoto
감각을 깨우는 공간, 파티나 몰디브
‘파티나 몰디브(Patina Maldives, Fari Islands)’는 몰디브 노스 말레 아톨 지역의 인공섬 파리 아일랜드에 세워진 첫 호텔로 현대적인 웰니스 경험을 제공한다. LED 라이트 테라피, 사운드 테라피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수중 지압 세션이 마련돼 있으며, 발리 출신 치유사 푸르노모 디레트노의 지도 아래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물 위에 몸을 맡기고 깊은 이완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기술과 전통이 결합된 리조트의 웰니스 철학을 잘 보여준다.
patinahotels.com/maldives
온천수의 힘, 아만네무
일본 이세시마 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아만네무(Amanemu)’는 일본 전통 온천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리조트다. 온천을 메인으로 한 만큼 다양한 수치료 프로그램을 갖췄다. 전용 와추 풀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일본 전통 한방의학인 ‘캄포(Kampo)’를 접목한 개인 맞춤 목욕 프로그램, 냉탕과 사우나를 병행하는 ‘온천 치유 리추얼’, 힐링과 퓨리파잉, 릴랙싱 등 평소 신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약초 온천 프로그램 등을 즐길 수 있다.
aman.com/resorts/amanemu
EDITOR
이영진
COURTESY 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