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톰삭스의 무한한 여정

우주를 통해 인간을 바라보는 예술가, 톰 삭스가 항해하는 무한한 세계.

톰 삭스와 ‘스페이스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두 명의 여성 우주인.

톰 삭스와 ‘스페이스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두 명의 여성 우주인. Hyundai Card Culture Project 29, Tom Sachs, Space Prgoram: Infinity, 2025 Photo: Joshua White

지난 4월 2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우주에서의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라이브 데몬스트레이션(Live Demonstration)이 펼쳐졌다. 두 여성 우주인이 장장 6시간에 걸쳐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관객, 아니 시민 목격자들은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했고, 그들의 불안감과 경이에 전이되었으며, 결국 인류의 성취에 진심으로 함께 기뻐할 수 있었다. 침착한 태도로 관제센터(Mission Control Center)를 지키며 모든 임무를 진두지휘한 이는 아티스트 톰 삭스(Tom Sachs)다. 이것을 연극 혹은 퍼포먼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실제 상황이다”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1만 시간의 준비 끝에 비로소 이 우주에서 보내는 모든 순간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진지한 태도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가 빚어진다.
톰 삭스의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2007년 ‘아폴로 달 착륙선(LEM)’을 브리콜라주(Bricolage) 기법으로 구현하며 시작됐다. 주변에 있는 재료나 요소를 창의적으로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브리콜라주에 매료된 톰 삭스는 우주 탐사에 필요한 장비와 우주선 등을 수작업으로 제작해왔다.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DDP에서 9월 7일까지 열리는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Infinity)>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달 착륙선’을 비롯해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주요 작품들, 톰 삭스가 최초로 공개하는 신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화성에 착륙해 암석 샘플을 채취하고, 목성의 얼음 위성인 유로파에서 다도회를 열고, 예상치 못한 외계 생명체와 조우하는 등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여정의 순간들이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관객들은 지상의 불순물을 정화해주는 빛을 통과해 우주 탐사에 필요한 도구들을 살펴보고, 비행 전후의 작업을 수행하는 격리실에 들어가서 비행사들이 벗어놓은 우주복을 마주하고, 우주인들에게 필요한 음식과 간식, 오락거리를 구비하고 있는 소매점 보데가(Bodega)에서 무엇을 살지 기웃거리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우주 탐사 여정을 세밀하게 재현해온 톰 삭스는 정작 자신은 우주에 매료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인간의 신념과 노동, 실수와 실패에 관한 것이며, 무엇보다도 그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인간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그는 우주를 통해 인간을, 그리고 삶을 담고자 한다.

스페이스 프로그램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목표는 여성이 최초로 화성 표면에 착륙하는 것이다. Hyundai Card Culture Project 29, Tom Sachs, Space Prgoram: Infinity, 2025 Photo: Joshua White

이번 서울 방문에서는 어떤 경험들을 했나요? 다섯 번째 한국 방문이었는데, 이번에 정말로 서울에 반했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제가 머문 동대문이라는 동네였어요. 옛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장소였고, 1970년대 뉴욕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 동네에서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이렇게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직 도심 지역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뉴욕이나 유럽 도심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거든요. 한편으로는 서울이 10년 뒤 지금보다 더 발전하면 오히려 덜 흥미로운 도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서울에서 마주한 ‘만드는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재료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장인들이었어요. 목수나 용접공, 스티커를 만드는 사람, 전자 부품을 다루는 사람, 직접 무언가를 짓는 사람 등이죠. 저 역시 만들고 짓는 사람이기에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법률가나 은행원보다 더 많은 엔지니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서울에 살면서도 정작 그들의 작업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톰 삭스와 팀원들은 자원의 선순환을 돕는 브리콜라주 철학을 따르죠.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화성에 가는 목적은 새로운 행성에서 자원을 착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 자원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다”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지구 자원 중에서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자원은 무엇인가요? 지구에 존재하는 천연자원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돌봐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석유에서 파생된 플라스틱이 해낼 수 있는 일들을 무척 좋아해요. 하지만 이런 재료들은 충분한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죠. 예를 들어 평생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레고 블록을 생각하면, 플라스틱으로 대대로 이어가는 가보 같은 물건을 만들 수도 있는 거죠.
현재 플라스틱은 거의 지구의 악당으로 여겨지는데, 사고를 전환하면 평생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한 것이네요. 그런데 우리는 단지 플라스틱으로 일회용 물건을 만들 뿐이죠. 또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재료는 합판과 종이예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버려진 물건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누군가의 쓰레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보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난달 서울에서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임무를 시연했어요. 처음에는 6시간이라는 긴 시간에 놀랐지만, 신중하고 진지하게 시연에 임하는 팀원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서둘렀기 때문에 6시간이었고, 모든 일을 하려면 8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에요. 돌아오는 9월 5일에 다시 한번 서울에 방문해서 8시간의 시연을 진행하게 될 것 같아요. 우리가 해야 할 핵심적인 일들은 다 했지만, 몇 가지는 살짝 지름길을 택했죠. 아마 저랑 팀원들 외에는 눈치채지 못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션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생명체를 데려왔고, 또 다른 차원의 현실을 발견했으니까요. 저는 꽤 만족스럽게 느끼고 있어요. 이러한 라이브 데몬스트레이션은 연극이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구축한 과학 시스템,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사 과학 시스템(pseudoscientific systems)’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시연하는 거죠.
스페이스 프로그램에서 ‘관객’을 ‘시민 목격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의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진짜’입니다. 티타늄이나 케로신 로켓 연료 같은 것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우리는 골판지와 덕트 테이프로 해냅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관객(Audience)이 없습니다. 대신 시민 목격자(Civilian Witnesses), 우리의 행동을 목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죠. 만약 다른 세계에 착륙하려다 우주선이 추락한다면, 그 시점에서 시연은 곧바로 종료됩니다. 그건 모두에게 정말 큰 실망감을 안겨줄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이 작업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세세한 부분까지 극단적으로 밀도 있게 구현함으로써 이 경험이 진짜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죠.

아폴로 달 착륙선(LEM)

미국 항공우주국의 ‘아폴로 달 착륙선(LEM)’을 실제 크기로 구현한 작품. Hyundai Card Culture Project 29, Tom Sachs, Space Prgoram: Infinity, 2025 Photo: Joshua White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임무는 ‘여성이 최초로 화성 표면에 착륙하는 것’임을 확실히 합니다. 우주인은 여성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성은 신뢰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를 다른 곳으로 실어 나르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대양을 건너는 배는 우리의 몸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혹은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데려갑니다. 우주선은 우리의 몸을 지구에서 또 다른 행성으로 이동시키죠. 그리고 우리의 유전 정보는 바로 ‘몸’을 통해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데, 그 역할을 ‘자궁’이 합니다. 바로 여성의 몸이 해내는 일이죠. 그래서 우주선이든, 바다를 건너는 배든 모두 영어로 ‘그녀(She)’라고 불립니다. 또한 그릇(Bowl)은 여성의 성적 상징인 ‘요닉(Yonic)’ 형태이기도 하죠. 우리 스튜디오의 모든 조각 작업이 오직 두 가지 범주 안에 들어갑니다. 남성성 또는 여성성, 즉 로켓이거나 컵이죠. 우리가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조각의 형태는 이 두 가지 뿐이에요.
우주인들이 우주에서 다도를 의식처럼 치르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다도라는 행위에서 어떤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했나요? 지구에서 나온 물이 차와 섞여서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거죠. 사실 그건 꽤 단순하고, 좀 지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다도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다도를 둘러싼 의식(Ritual)을 좋아해요. 사람들이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영성(Spirituality), 감각(Sensuality), 물건(Stuff)이에요. 영성이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우리는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이 모든 게 과학인가, 종교인가?’ 같은 질문이죠. 감각이라는 건 가장 높은 산에 오르는 일, 말차의 맛이나 향 냄새를 느끼는 순간, 성당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경외감 같은 거예요. 그리고 물건이라는 건 찻잔, 로켓, 우주복, 카메라, 잡동사니 같은 것들이고요. 저는 예술가니까 그런 물건을 만드는 사람인 것이죠. 제 관심사는 그 물건을 사용하는 이유 또는 그 물건에 대한 철학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일 자체에 있어요.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만드는 일에는 반드시 영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사실 우주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을 좋아할 뿐이죠.
전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톰 삭스의 특수부대는 문학, 위조지폐, 영화, 상상력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것이 삶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네 가지 요소인가요? 그것은 단지 우리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기본 재료들이에요.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갑니다. 그래서 저만의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갖고 싶었고, 완전히 처음부터 직접 만들었죠. 일종의 ‘공감적 마법(Sympathetic Magic)’이에요. 왜냐하면 저도 어릴 때 많은 아이들처럼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지금 스스로 만든 스페이스 프로그램 덕분에 실제로 우주에 가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가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진공 상태라는 감옥인 우주보다 지금 살고 있는 지구에 더 관심이 있거든요.
우주를 무한한 자유의 공간이라고 선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당신은 왜 우주가 감옥이라고 생각하나요? 우주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갖추려면 거의 무한에 가까운 비용이 들어요. 예를 들어 화성에서 살고 싶다면 수십억 달러를 들일 각오를 해야겠죠.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아주 비좁고 비참한 공간에서 지내게 될 거예요. 자신의 소변을 정화해서 마시고, 방부제와 화학물질로 가득한 음식을 미리 챙겨 가서 먹으며 말이죠.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는 살아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요. 신선한 공기도 없고, 맑은 물도 없고, 그저 ‘살 수만 있는’ 최소한의 조건만 있을 뿐이에요. 우주에서 가장 온화한 장소조차 지구에서 가장 적대적인 장소보다 더 위험합니다. 그건 마치 에베레스트 정상에 앉아 있는 것과 같죠.
그 말을 들으니 당신이 지구에서 ‘진정한 럭셔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이에요. 자고, 먹고, 화장실에 가고, 아이를 만드는 삶의 모든 것들이죠.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요.
그러한 기본적인 것들이 예술 작업에 근원적인 영감을 주나요? 네, 그게 전부예요. 그 외엔 아무것도 없어요. 세상의 모든 건 결국 그것의 또 다른 버전일 뿐이죠.
또한 당신은 독서를 예술 실천의 중요한 일부로 간주합니다. “책은 단지 정보를 얻는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우주를 건설하기 위한 설계도다. 누군가는 건물을 짓고, 나는 책으로 개념을 짓는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은 한 권의 책은 무엇인가요? 정말이지 하나를 고르기 어렵지만 <맬컴 엑스 자서전>을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가는 책이거든요. 미국 교도소에서 두 번째로 많이 읽히는 책이기도 해요. 그런데 저에게는 개인적인 변화에 대한 매뉴얼 같은 책이에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의 삶을 훨씬 더 많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고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설치된 우주비행 관제 센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설치된 우주비행 관제 센터에서 톰 삭스가 우주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Hyundai Card Culture Project 29, Tom Sachs, Space Prgoram: Infinity, 2025 Photo: Alex Wales

당신은 삶과 예술 작업 양쪽 모두에서 통제의 힘을 믿는 듯합니다. 일상이나 창작 과정에서 특별히 지키고 있는 규칙은 무엇인가요? 저는 예술가로서 언제나 스스로를 교육하고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흥미로운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없으니까요. 일상에서는 매일 아침 휴대폰을 보기 전에 점토를 만지거나 드로잉을 해요. 눈을 뜨면 무언가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그게 첫 번째 규칙이에요. 그리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계속 작업하다 막히면 그 자리에서 바로 포기하고 다른 아이디어로 넘어갑니다. 그다음엔 다시 되돌아가요. 이런 식으로 두서너 번쯤 실패를 반복하죠. 그러고 나서 다시 처음 아이디어로 돌아오면, 그사이에 제 잠재의식이 이미 그 문제를 해결해놓은 걸 발견하게 됩니다.
예술가가 아닌 사람도 각자의 삶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네요. 또 당신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스페이스 프로그램에서는 누구나 육체노동을 해야 한다. 누구나 청소하고 정리해야 한다. 제일 높은 사람도 루이지애나에서는 삽으로 똥을 퍼내야 할 때가 있다.” 이처럼 우주에서 누구나 지켜야 하는 규칙은 무엇일까요? 그건 우주나 지구, 어디에서나 똑같아요. 제가 만든 영상 <텐 불리츠(Ten Bullets)>를 꼭 한 번 보셨으면 해요. 이 영상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공간을 유지하고 자녀나 형제자매와의 관계를 돌보고, 공동체 안에서 어떠한 책임을 다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예요. 가끔은 ‘보스’도 똥을 퍼야 하죠. 자신이 쓴 것을 스스로 정리하고, 자기 몸을 돌보고, 자기 물건을 아끼고, 공동체를 돌보고, 그리고 이 지구를 잘 보살핀다면 언젠가는 우리도 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인간의 야망과 실패 그리고 의지의 신성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당신의 예술 작업은 결국 인간적인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생각하는 인간성의 정수는 무엇인가요?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결국 ‘몸’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에요. 마음은 몸을 위해 존재하고, 몸은 또 마음을 위해 존재하는 공생 관계죠. 누구든 언젠가 죽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삶을 최대한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과학과 종교, 예술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과학과 종교는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이 우주에 혼자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존재가 바로 예술가들이에요. 성경을 쓰는 사람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교회를 짓는 사람도 모두 예술가입니다. 우주선을 만드는 것도 결국 엔지니어와 예술가가 함께 하는 일이죠. 그리고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는 사람도 모두 예술가입니다.

EDITOR
KIM JISEON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AND HYUNDAI C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