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WINE SOCIAL CLUB

와인을 매개로 복합적인 경험을 제안하는 하이엔드 와인 소셜 클럽에서 최고의 와인을 즐기는 방법.

바타르의 와인 셀러 내부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바타르의 와인 셀러 내부. 나선형 계단을 오르내리며 직접 와인을 고를 수 있다.

바타르의 와인 셀러 내부

와인 셀렉션을 눈으로 감상할 수 있고 출입도 가능한 셀러가 유서 깊은 페더 빌딩 3개 층을 차지한 클럽 바타르의 중심축을 이룬다.

와인 애호가의 낙원, 홍콩의 클럽 바타르
세금 없는 와인 유통의 성지, 홍콩에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다. 유명 인사들이 앞다퉈 1200명 한정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클럽 바타르(Club Bâtard)가 그 주인공이다. 100주년을 맞은 보자르 양식 석조 건물 페더 빌딩(Pedder Building)에 둥지를 튼 바타르는 단순한 와인 바가 아닌 클럽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약 2000여 레이블, 1만 병에 달하는 하이엔드 와인을 쌓아 올린 거대한 유리 셀러가 3개 층을 수직으로 관통한다. 고객은 그 내부를 나선형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직접 와인을 보고 고를 수 있다. 또한 셀러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레스토랑들이 자리하고 있다. 동남아 중심의 세계 요리를 선보이는 르 클로(Le Clos), 프렌치 레스토랑 바타르(Bâtard), 광둥식 레스토랑 홉제(Hop Sze)를 비롯해 시가를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룸까지 들어서 있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와인 애호가들의 낙원이다.
디자이너 조이스 왕(Joyce Wang)이 창조한 아름답고 몽환적인 시누아즈리(Chinoiserie) 인테리어에 빠져드는 것도 잠시, 바타르만의 컬트 와인 컬렉션과 가격을 접하면 심장이 더욱 요동친다. ‘더 파인 와인 익스피리언스(The Fine Wine Experience)’라는 글로벌 와인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와인들조차 ‘엑스-샤토(Ex-Château; 샤토 직송)’ 가격으로 제공한다. 레스토랑 마진이 없어 일반 와인 바 대비 60~70% 저렴한 수준이다. 비회원이라도 클럽 예약만 하지 못할 뿐 와인은 동일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대부분의 인기 와인은 도착하는 즉시 품절된다. “가격만 매력적인 게 아닙니다. 클럽 바타르에서 판매하는 와인들은 최고의 맛과 향을 보장합니다. 막 숙성이 끝난 와인부터 희귀한 빈티지 컬트 와인까지, 샤토에서 저희 셀러까지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기 때문이죠. 항공 직송 중에도, 칭이에 있는 대규모 창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석 소믈리에 권기홍이 1999년산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 6L를 비롯해 줄줄이 늘어선 DRC 병들을 소개하며 말한다. 국내에도 유통되는 화이트 와인, 라 클라르테 드 오브리옹 블랑(La Clarté de Haut-Brion Blanc 2011)을 시음해보니 완벽한 온습도에서 보관·서빙되어 열대과일 향이 폭발하듯 피어나면서도 뒷맛은 청량하기 그지없었다. 대낮에 들어가 끝없이 마실 수도 있다는 게 바타르의 위험한 매력이다.

겐조 에스테이트 와인 바

왼쪽 겐조 에스테이트는 캘리포니아 와인 메이커인 동시에 도쿄, 오사카, 교토 중심부의 유서 깊은 와인 바로 자리 잡았다.
오른쪽 교토 기온점의 테이스팅 바에선 고요한 가모 강 전망도 감상할 수 있다.

도심으로 들어온 나파 밸리, 겐조 에스테이트
일본의 도쿄, 오사카, 교토 도심에는 와인 애호가들이 정통 나파 밸리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아지트가 숨어 있다. 수많은 와인 바가 생겨났다가 사라졌지만, 20년 가까이 변함없는 향미와 고즈넉한 분위기로 단골을 맞는 ‘스테이트먼트 바’, 겐조 에스테이트다. 도쿄 롯폰기 힐스에 있는 최대 매장을 비롯해 긴자, 히로, 오사카, 기온에도 지점이 있다.
겐조 에스테이트의 기원은 독특하다. 1990년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가 세계적 인기를 얻자 제작사 캡콤의 창립자 쓰지모토 겐조(Tsujimoto Kenzo)는 아이들의 게임 중독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 아이들이 야외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 대규모 테마파크를 구상하고, 도쿄 나카노구만 한 470만 평의 부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각종 규제로 계획은 무산되었고, 그 대안으로 ‘겐조 에스테이트’ 와이너리를 탄생시킨 것이다.
쓰지모토 회장이 개인적으로 나파 밸리 와인에 심취한 이유도 있어, 1998년엔 포도밭 조성을 위해 토지 개간부터 시작했다. 전체 부지 중 가장 토질이 좋은 5%에만 최상급 포도 나무를 심고, 나머지는 야생 녹지로 남겨 오염을 원천 차단했다. 다른 나파 밸리 와이너리보다 고도가 높아 수확이 늦는 대신에 당도와 산도, 타닌이 절묘하게 균형 잡힌 와인이 완성된다.
일본에 있는 겐조 에스테이트 매장들은 나파 밸리 와이너리의 직영 테이스팅 룸을 겸하며, 고품질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직판 방식을 고수한다. 바에서는 80mL, 120mL, 반 병, 한 병 단위로 제공하며 반 병 가격은 한 병의 정확히 절반이다. 대표 와인 린도(紫鈴)는 삼나무와 진한 과일 향이 어우러진 섬세한 보르도 스타일의 레드 와인이다. 롯폰기 힐스 지점 1층 카운터에는 체리와 딸기 향이 감도는 스파이시한 로제 유이(結), 설탕에 절인 사과와 오렌지 향이 풍부한 스파클링 로제 스즈(寿々) 등 7종 세트 시음 메뉴도 마련되어 있다. 환락의 중심부로 유명한 롯폰기지만, 레지던스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아 부유하고 고상한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 차분한 단골 고객들이 주로 찾는다. 음식 역시 매력적이다. 롯폰기 힐스와 기온 지점은 프랑스 음식, 히로 지점은 이탈리아 음식과 결합한 일식을 선보인다. 모두 한국인 입맛에 잘 맞고 시각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가격대는 매우 합리적이다.

싱가포르의 아틀라스 내부

192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느낌이 드는 아틀라스의 아르데코풍 인테리어. 천장부터 셀러까지 장인이 손으로 완성한 걸작이다.

1920년대 아르데코 스타일, 싱가포르의 아틀라스
싱가포르 중심부 파크뷰 스퀘어(Parkview Square)에 들어서면 이곳이 아시아인지, 2020년대가 맞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2013년, 상속받은 상업용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 런던에서 이주한 아틀라스(Atlas)의 창립자 비키 황(Vicky Hwang)은 로비 바를 둘러본 후 할아버지의 건축 의도를 더 의미 있게 살리고자 했다. 그 결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웅장한 아르데코풍 바가 탄생했다. 유럽에서 초빙한 장인들이 고전적인 방식으로 완성한 아틀라스는 1920년대 미국의 밀주점 문화와 유럽 예술가들의 살롱 감성을 품은 공간이다.
연중 내내 덥고 습한 싱가포르답게 주력 음료는 짜릿하고 시원한 샴페인이다. 전설적인 하우스의 샴페인부터 희귀 샴페인까지 ‘라 프레스티지’ ‘르 테루아’ ‘라 셀렉션’으로 구성된 230개 이상의 레이블을 보유하고 있다. 집안 대대로 수집한 빈티지 샴페인 중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크루그 클로 뒤 메닐(Krug Clos du Mesnil)과 살롱 르 메닐 그랑 크뤼(Salon Le Mesnil Grand Cru)의 희귀 빈티지를 비롯해 82년 만에 깊은 바다에서 인양된 1907년산 하이직 앤드 컴퍼니 모노폴(Heidsieck & Co Monopole), 일명 ‘난파선 컬렉션’ 세 병도 전시되어 있다.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Louis Roederer Cristal)의 1964년·1966년·1976년·1981년 빈티지, 1947년산 돔 페리뇽(Dom Pérignon)은 글라스로도 맛볼 수 있다. 아틀라스만의 ‘샴페인 여행의 인상들(Expressions of Champagne Flight)’은 네 가지 스타일의 샴페인을 각각의 맛과 향의 특징이 적힌 매트와 함께 비교하며 즐기는 감각적인 테이스팅 프로그램이다. 영상 5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전용 보관실에서 꺼낸 샴페인은 싱가포르 기후에 최적화되어 맛과 향, 탄산감이 가장 이상적인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제공된다. 덕분에 아틀라스는 개업 즉시 ‘세계 최고의 바 50’ 리스트 상위권에 진입했고, 현재까지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열정적인 한국인 소믈리에 요한이 추천하는 샴페인은 N/V 볼랭저 스페셜 퀴베(N/V Bollinger Special Cuvée)나 N/V 테탱저 프렐뤼드(N/V Taittinger Prélude)처럼 부담 없는 프레스티지 레이블이다. 최근 한국인 손님들 사이에선 레드 부르고뉴처럼 마시는 스틸 피노 누아, 샴페인 지방의 스틸 레드 와인 코토 샹프누아 루즈(Coteaux Champenois Rouge)가 특히 반응이 좋다.

CONTRIBUTING EDITOR
LEE SUN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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