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FURNITURE
온갖 휘황찬란한 가구들 사이에서 차분하고 절제된 자태로 진정한 품격에 대해 묻는 물건들에 유독 눈이 갔다. 트렌드를 좇기보다 스스로 길을 내는 디자인 가구들을 모았다.
럭셔리에 대하여, 빌라 에리타주
1979년부터 포시즌스, 리츠칼튼, 월도프 아스토리아, 페어몬트 등 세계 유수의 초호화 호텔, 레스토랑, 레지던시를 디자인한 피에르-이브 로숑(Pierre-Yves Rochon)이 진두지휘한 전시답게 인테리어 디자인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디자인적 유산은 구속이 아니라 자유의 원천”이라는 메시지를 역설하며 몇 개의 화두를 던졌다. 이를테면, 하나의 오브제를 ‘시간을 초월한 아이콘’으로 만드는 지점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되는 공간은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등 질문에 대한 그의 해답을 전시로 풀어낸 것이다. 빌라의 입구부터 살롱, 주방, 서재 등 여러 공간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침실이었다. 그는 화이트 컬러를 일종의 건축적 요소이자 인테리어의 디테일을 숨 쉬게 하고 오브제를 돋보이게 하는 주체로서 다루었다. 침실 창가에는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중 리도디베네치아(Lido di Venezia)의 풍경을 재생해 공간과 건축이 하나의 이야기로 녹아드는 접점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시선을 오래 사로잡은 도자기 소재의 고아한 샹들리에, 그로부터 뿜어 나오는 아름다운 빛은 마치 역사적인 디자인 헤리티지 속에서 ‘걸작’을 찾아 관람객들 앞에 펼쳐놓은 피에르 이브 로숑의 행보와 닮아 있었다.
ZANOTTA 벨기에 디자인 듀오 뮐러 반 세베렌(Muller Van Severen)이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Z24’ 라인의 새로운 서랍장. 삼각 형태가 균형 있게 반복되는 디자인은 매혹적인 음영과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거실, 침실 등 어떤 공간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는 제품.
KNOLL 건축가이자 조각가 조너선 뮤케(Jonathan Muecke)가 디자인한 ‘뮤케 우드 컬렉션’. 호두나무, 참나무, 흑단 등의 고급 목재를 원통형으로 디자인해 나무의 아름다움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CLASSICON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등과 함께 거론되는 몇 안 되는 근대 여성 건축가 아일린 그레이(Eileen Gray)가 디자인한 ‘킬케니 러그(Kilkenny Rug)’. 자신의 고향에 펼쳐진 초원을 연둣빛 패턴으로 표현했다.
TECKELL 하이엔드 보드게임 가구를 선보이는 테켈의 풋볼 테이블 ‘칼시오 발리라 크리스탈리노 골드(Calcio Balilla Cristallino Gold)’. 강화유리로 만든 보드 위에 크롬과 24캐럿 금도금으로 디자인한 선수들을 배치했다.
CLASSICON ‘벨 사이드 테이블(Bell Side Table)’은 모습 그 자체로 혁신적이다. 기존의 편견에 맞서 연약한 유리 소재 위에 금속 상판을 얹은 형태이기 때문이다. 수작업으로 만들어 그 자체로 고유한 멋을 자아낸다.
IVG HOME COLLECTION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디자이너 루치아 이폴리토(Lucia Ippolito)가 디자인한 ‘사하라(Sahara)’ 암체어는 금속 프레임과 시트를 감싸안는 패브릭이 인상적이다.
KARTELL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디자인 상을 받은 커플 루도비카 세라피니(Ludovica Serafini)와 로베르토 파롬바(Roberto Palomba)가 디자인한 ‘릴리벳(Lillybet)’ 체어. 우아한 플라워 패턴과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KNOLL 건축 회사 존스턴 마클리의 샤론 존스턴(Sharon Johnston)과 마크 리(Mark Lee)가 그들의 건축적인 철학을 담아 디자인한 소파 ‘비보니(Biboni)’. 둥그스름하고 납작한 형태는 존스턴 마클리의 건축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미묘한 유머를 담고 있다.
EDITOR
BAEK KAKYUNG
PHOTO
Pierre-Yves Rochon, Villa Héritage-Bedroom, Salone del Mobile.Milano, 2025 ©Monica Spez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