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

이야기가 있는 와인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는 와인 이야기로 4월의 정찬을 꽃피워보자.

Chateau Cheval Blanc 프랑스 보르도의 지붕
LVMH가 프랑스의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잠파르크(Christian de Portzamparc)에게 설계를 의뢰한 와이너리다. 그는 1980년대 프랑스의 국가적 사업이자 거대 건축물 시대로 불리는 그랑 프로제(Grand Project)의 마침표를 찍은 음악단지 라 빌레트(La Villette)의 설계를 맡은 바 있다. 샤토 슈발 블랑은 블렌딩 와인의 성지인 보르도에서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독보적 와인 생산 노하우를 지녔다. 1998년 LVMH에 인수된 이후, 슈발 블랑이 대중화되어 이미지 가치가 하락하리라는 와인 평론가들의 우려와 달리 품질 유지에 힘쓴 결과 ‘어떤 명품보다 빛나는 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상의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 품질에 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샤토 슈발 블랑 2018 2백29만원.

Dominus Estate 건축 듀오의 상상력이 깃든 포도원
도미누스 에스테이트는 런던의 테이트모던 갤러리, 2006년 독일 월드컵 주경기장 등 건축에 예술적 가치를 아낌없이 구현하는 스위스 건축 듀오 자크 헤르초크(Jacques Herzog)와 피에르 드 뫼롱(Pierre de Meuron)이 설계한 작품이다. 이 두 사람은 일곱 살 때부터 동갑내기 친구로 취리히 연방 공대에서 건축을 전공했으며, 2001년에는 함께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건축은 시적인 방식으로 내외부를 연결하는데, 실험적이고 예술적이라는 평을 얻는다. 이곳 역시 인근의 아메리칸 캐니언에서 채석한 현무암을 건축 재료로 사용했고, 스테인리스 스틸망과 조합해 공학적인 느낌을 물씬 뽐내는 와이너리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도미누스 에스테이트 2019 83만원.

Opus One 미국 와인의 자존심
나파밸리 와인 투어를 계획 중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포도원 오퍼스 원은 미국 건축가 스콧 존슨(Scott Johnson)이 디자인했다. 포도원 초입에 우뚝 솟아 존재감을 발하는 오퍼스 원 와이너리의 건축물은 포도밭 사이에서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1등 와이너리, ‘바롱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의 노하우와 최고 테루아르로 평가받는 캘리포니아의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의 합작이다. 그들의 약속을 기리듯 꿈을 바라보며 등을 맞대고 있는 두 남자의 얼굴이 담긴 와인 레이블로 탄생했는데, 이러한 두 사람의 도전은 ‘구대륙과 신대륙의 조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퍼스 원 2019 97만5천원.

위부터 Chateau Cheval, Blanc Dominus, Estate Opus One

Domaine Perrot Minot Charmes Chambertin 세기의 걸작이라는 칭송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알려진 로마네 콩티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미국 프리미엄 와인 시장에서 와인 애호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페로 미노 샤름 샹베르탱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가격이 상승 중이다. 13세기부터 수녀원 건물로 사용되던 와이너리는 포도 수확 시기에 비가 내리면 헬리콥터를 띄워 날개가 일으킨 바람으로 습기를 제거했을 정도로, 최상급의 포도를 수확하는 등 품질 높은 와인 생산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샤름 샹베르탱은 연 생산량이 3000병 남짓이라는 점 때문에 미국 프리미엄 와인 경매 시장에서 위조 와인 스캔들까지 일어날 만큼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길고 부드러운 피니시가 강조되면서 낮은 타닌감을 지녀 라이트 보디 레드와인으로 인기 높은 제품이다. 도멘 페로 미노 샤름 샹베르탱 2018 2백43만원.

Chateau d’yquem 프랑스를 대표하는 귀부 와인
우리나라에서는 주류 자체를 디저트 개념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생소할지 모른다. 반대로 정찬 코스에서 와인이 빠질 수 없는 유럽 문화권에는 다채로운 디저트 와인이 존재한다. 독일의 트로켄 베렌 아우스레제, 헝가리의 토카이, 프랑스 소테른 지방의 귀부 와인이 디저트 와인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꼽히는 세계 3대 귀부 와인이다. 귀부화되어 당도가 농축된 포도알만 선별하기에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단 한 잔의 와인이 생산된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극소량 생산한다. 미묘한 균형미를 지닌 와인으로 숙성 기간이 수십 년에 이르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톡 쏘는 신선도가 매력적이다. 샤토 디켐은 1999년부터 럭셔리 그룹 LVMH에서 경영하고 있으며 왕실 납품 이력이 있어 화제를 모았다. 샤토 디켐 2019 1백48만5천원.

Chateau Palmer 기품 있는 여성을 닮은 와인
1855년 그랑크뤼 클라세 3등급 와인 샤토 팔머는 프랑스 마고 지역에서 가장 우아하고 귀족적인 와인으로 표현된다. 샤토 팔머의 특정 빈티지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와인을 제치고 우승한 이력이 있어 와인 소믈리에들에게 현시대의 진정한 1등급 와인이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자갈 토양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이용해 강건하고 타닌이 풍부한 레드와인을 만드는 일반적인 샤토와 달리, 진흙 토양에서 잘 자라는 부드럽고 섬세한 풍미의 메를로 품종으로 와인을 양조한다. 10년 이상 숙성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한 민트와 유칼립투스의 향이 시그너처 아로마로 은은하게 올라온다. 샤토 팔머 2019 87만4천원.

Maison Philipponnat Clos des Goisses 가파른 경사의 포도밭에서 탄생
마른(Marne)강을 마주하고 있는 샴페인 하우스 뒤로 펼쳐진 끌로 데 고아세 포도밭은 프랑스어로 벽을 뜻하는 ‘클로(Clos)’와 샹파뉴 지방의 옛 방언 ‘고아세(Goisses·가파른 경사)’가 합쳐진 단어다. 즉,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보이는 경사 지대에 위치한 포도밭으로 무려 45도나 된다. 이러한 지형적 조건으로 인해 포도밭은 충분한 일조량을 받고, 당분이 무르익은 포도가 생산된다. 필립포나 끌로 데 고아세의 경우 다른 샴페인과 비교했을 때 높은 도수인 13도라는 알코올 도수를 띤다. 신선한 산도와 레몬 시트러스 향, 잘 익은 복숭아 향의 아로마가 매력적이다. 입안에 머금었을 때 잘 익은 과실의 풍미와 풍성한 보디감이 느껴진다. 메종 필리포나 클로 데 고아세 2013 81만8천원.

Orin Swift Mercury Head 취미를 브랜딩화한 컬트 와인
1933년 설립되어 지금까지 부동의 세계 1위 와인 그룹인 E&J 갤로에 속한 와이너리다. 오너 데이브 피니(Dave Phinney)는 나파밸리의 모든 와인 메이커 중 가장 괴짜라 일컬어진다. 와인의 매력에 빠져 무작정 나파밸리로 떠나 로버트 몬다비에서 포도 수확 일꾼으로 일하며 자신의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 꿈을 키웠다. 생산하는 모든 와인 레이블을 예술 작품으로 독특하게 장식하는 것이 특징인데, 최상급 와인 머큐리 헤드에는 데이브 피니의 오랜 취미인 동전 모으기를 반영해 1940년대부터 발행 중지된 10센트 동전이 붙어 있다. 심플하면서도 현재 찾아볼 수 없는 동전을 붙이는 브랜딩 전략으로 두터운 팬층을 지녔다. 검은 과실의 향과 풀 보디감, 탄탄한 구조감이 특징이며 긴 피니시가 인상적이다. 오린 스위프트 머큐리 헤드 2018 32만3천원.

Domaine Pierre Girardin Corton Charlemagne 부르고뉴의 라이징 스타
1998년생의 청년이 설립한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에 속하지만 현재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가장 핫한 와인 양조가로 주목받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설립자 피에르의 아버지이자 부르고뉴 코트 드 본의 전설적 와인 생산자 뱅상 지라르댕(Vincent Girardin)이 있다. 13대에 걸쳐 부르고뉴에서 와인을 제조하는 가업을 이은 피에르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 뱅상의 셀러에서 와인을 배우며 다양한 양조 경험을 습득했고, 성인이 된 뒤에는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후 아버지의 와이너리를 물려받지 않고, 자신만의 독립적인 와이너리를 만들어 2017년 첫 빈티지를 출시했다. 과일, 스파이스, 오트밀 등의 풍미가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며 신선한 끝맛을 남긴다. 도멘 피에르 뱅상 지라르댕 코르통 샤를마뉴 2021 1백37만7천원.

profile
최준선은 국내 최고의 프랑스 와인 전문가다. 프랑스 농업식품산림부(MAAF)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가 주관한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을 거머쥔 경험이 있다. 롯데백화점을 대표하는 치프 소믈리에로 품질 높은 와인을 선별하고 제안한다.
“한 송이의 포도가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토양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돌로 지은 와이너리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4월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있는 와인 6종’을 추천하면서 각각의 개성을 지닌 여섯 가지 와인을 합쳐 하나의 페어링을 구성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올해 최고의 순간을 위한 정찬을 준비한다면 꼭 맛보아야 할 와인만 엄선했습니다. 디너의 시작을 알리는 상쾌한 샴페인부터 섬세하고 우아한 화이트와인, 부드러운 구조감을 지닌 레드와인 그리고 단 한 잔의 에센스만을 위해 극단적으로 생산 수량을 제한한 디저트 와인까지. 개성이 뚜렷한 악기들이 모여 최고의 하모니를 보여주는 오케스트라 공연처럼 롯데백화점에서 만나는 와인으로 잊을 수 없는 정찬을 준비해보세요.”

Editor
LIM JIMIN
Photographer
LEE HYUNSEOK
ADVISOR
최준선(롯데백화점 주류팀 치프 소믈리에)
문의
02-772-3074(롯데백화점 본점 주류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