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도시의 무늬
도시의 거대한 패턴을 그려내는 건축 사진가들
‘Untitled from the Series the Location’
‘Untitled from the Series the Location’
CHOI YONGJOON
사진가 최용준은 스쳐 지나가기 쉬운 도시의 단면에 주목한다. 세밀한 시선과 장인의 태도로 도시 공간에 대한 해석을 이어간다.
좋아하는 도시 서울과 도쿄. 정돈된 듯하면서 묘하게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 좋은 건축과 이상한 건축이 맥락 없이 섞여 있는 점이 흥미롭다.
건축물을 사진에 담게 된 계기 건축가가 꿈이었는데 비슷하게 조형적인 면을 다루면서도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른 건축 사진에 매력을 느꼈다. 건축물을 바라볼 때 두 가지 상반된 욕망이 공존한다. 하나는 건축가의 통제된 설계 아래 만들어진 마스터피스를 사진에 담고 싶은 욕망이고, 다른 하나는 건축가의 의도가 반영되지 않고 멋대로 만들어진, 의외성이 있는 장면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 주로 구글어스나 3D 지도 등을 활용해 도시를 스캐닝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찾은 장면에 접근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라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출입이 가능한 높은 건물을 찾거나 옥상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이 있는데, 때로는 섭외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도시에서 마주친 아름다움과 추함 어떤 상황에서도 아름다운 면을 찾아보려 하는 편이다. 추한 부분은 시각적인 것보다는 도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점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현재 살고 있는 도시가 작업에 주는 영감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성, 또는 에너지. 서울은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해서 촬영하려고 계획했던 장면이 몇 달 만에 바뀌는 일이 흔하다. 영감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장면들을 미리 기록해둬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주는 도시다.
작업에 영감을 주는 예술가 토마스 루프(Thomas Ruff)의 초창기 건물 사진과 인테리어 사진. 작가의 건조한 시선도 좋고, 당시 독일의 건축 마감이나 색감에서 오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의 모든 작업에서도 영감을 받는다.
언젠가 사진에 담고 싶은 건축물 열대의 자연과 모던한 건축물이 어우러지는 곳을 담고 싶다. 인도 찬디가르의 건축물이나 스리랑카 건축가 제프리 바와(Geoffrey Bawa)의 작품과 마주하고 싶다.
‘Cathedral’, 2022
‘Apartment at sunset #3’, 2023
LEE HYUNJUN
사진가 이현준은 화려한 도시 이면의 고요한 모습을 포착한다. 영화적인 미장센을 지닌 그의 우아한 사진은 한 도시의 내밀한 서사를 상상하게 한다.
흥미롭게 생각하는 도시의 일면 건축 사진이라는 세밀화한 분야보다 일상 속 도시의 건축을 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단일 건축물을 촬영하기보다는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로 보이는 대상 건축물을 촬영한다거나 도시의 시간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하게 겹친 레이어의 패턴을 담는 작업을 한다. 특히 해 뜰 녘과 일몰 전의 고요한 시간에 가장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좋아하는 도시 베를린, 바르샤바, 크라쿠프, 프라하 등 동유럽권. 이들 도시에서 공통으로 전후 브루털리즘과 미니멀리즘 건축물을 접할 수 있는데 어떤 도시든 황금분할 그리드로 바라보는 나에겐 단순하고 간결한, 반복적인 그리드 패턴 건축물이 있는 도시의 공간들이 특별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작업의 세 가지 키워드 빛, 순간, 정리. 사진가에게 빛과 순간이 공통된 키워드라면 ‘정리’는 사진가 개인의 스타일과 프레이밍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나는 깔끔하고 정돈된 프레이밍을 추구하기에, 정리라는 키워드가 언제나 동반된다.
한 도시를 경험하는 자신만의 방법 평소 도시를 여행하거나 관찰할 때 하루 2만 보 이상 걸어 다닌다. 특히 처음 여행하는 도시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보다 걸으면서 도시를 보고 느끼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그때 발견한 장소를 기록해두고 빛과 날씨가 적절한 때 다시 찾아가 작업을 한다.
도시에서 마주친 아름다움과 추함 역사, 기억, 자연, 건축 그리고 사람이 한 도시의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역사와 기억, 추억이 지워져가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깝다. 상업 사진에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촬영을 한다면 개인 작업으로는 서울의 추한 면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도시가 작업에 주는 영감 빛이 닿는 방향과 농도에 따라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한강의 물결과 그 주변을 감싸는 크고 작은 언덕, 산맥 사이사이의 구조물과 건축물들이 이뤄내는 레이어의 콘트라스트는 항상 영감의 원천이 된다.
‘Uncomposed Composition’
‘Rule’
HONG KIWOONG
사진가 홍기웅은 도시의 경쾌한 색감과 그래픽적인 뷰를 채집한다. 자신만의 미감으로 재구성한 도시의 동화적인 장면을 선보인다.
작업의 세 가지 키워드 빛, 형태, 분위기. 내가 본 장면을 다른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들이기도 하다.
건축물과 도시 풍경을 사진에 담게 된 계기 휴양지보다 복잡한 도시에서 매력을 느낀다. 여행을 통해 도시의 다채로운 색채와 형태, 변화의 흔적을 발견하곤 하는데, 이 장면들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흥미롭게 생각하는 도시의 일면 빛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는 도시의 질감.
반복적으로 사진에 담게 되는 장소 한강 주변을 관찰하면서 도시와 자연의 모습, 한강 위에 세워진 교각 모습 등을 계절마다 찍고 있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하는 인간처럼 한강도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기쁨과 슬픔, 애환이 느껴지는 장소라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다.
도시에서 마주친 아름다움과 추함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자동차, 빌딩 사이로 드리우는 빛과 그림자, 노을 지는 도시의 저녁 풍경 등 도시의 모습 그대로를 아름답다고 여긴다. 오히려 코로나 기간에 텅 빈 도시의 거리가 무섭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도시의 추함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작업에 영감을 주는 예술가 화가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한다. 도시의 고독함과 고립된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그의 작품이 나의 작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장면과 평범한 사람들의 내면을 드러내며 깊이를 부여하는 작품들이 인상 깊다. 또한 도시의 조명과 그림자, 공간을 활용한 작품은 늘 많은 영감을 준다.
한 도시를 경험하는 자신만의 방법 과거에는 해당 도시의 상징적 건축물이나 미술관을 둘러보려고 했다면 요즘은 공원에 관심이 간다. 여행을 가면 공원에 머물며 사람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또한 자연과 도시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도시를 보면서 부러움을 느낀다.
Editor
KIM JIS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