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BUILT FOR WELLNESS

자연과 인간의 삶이 포개어지는 건축의 풍경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톱니바퀴 모양의 하늘이 펼쳐진다. ©GYÖRGY PALKÓ

개성 있는 외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GYÖRGY PALKÓ

수목으로 이룬 정원, 축적된 시간을 그러안다
유럽연합은 1985년부터 매해 문화 수도를 선정해 1년간 집중적으로 문화 활동을 펼쳐왔다. 도시 재생과 회원국 간의 문화적 연대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다. 헝가리 베스프렘(Veszprém)은 2023년에 선정된 도시 중 하나다. 가든 오브 커뮤니티(Garden of Communities)는 해당 지역의 문화를 기념하기 위해 고안한 작품이자, VEB 2023(Veszprém-Balaton 2023)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16개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상징하는 기념물이다. 각 지자체의 이름을 새긴 상자 화분에 묘목 116그루를 심어 수직 정원을 제작했다. 오두막 건축의 새 지평을 연 헝가리 건축 회사 헬로 우드(Hello Wood)가 설계를 담당했다. 싱그러운 초목을 기하학적 형태와 접목한 덕분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약 120년 동안 지역의 가장 큰 공장이었던 이곳을 부지로 선택한 이유는 역사적 중요성을 고려한 데 있다. 작지만 완전한 자연인 나무가 담긴 화분 상자는 120년 된 재생 목재와 오래된 낙엽송 판자를 활용해 만든 것이다. 구조물 자체가 도시의 유산인 셈이다. 자동화된 관개 시스템을 통해 자라는 자생 나무는 4년 후 각 지자체로 돌아갈 예정이다. 건축을 통해 문화적 풍요를 기억하고 시대를 간직하는 그들의 방식이다. Web. www.hellowood.eu

위쪽 사우나 내부 역시 외부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설계되었다. ©KEISHIN HORIKOSHI / SS INC.
아래쪽 곡선의 입체성으로 생성된 그림자가 특별함을 더했다. ©KEISHIN HORIKOSHI / SS INC.

장소에 밀착된 건강한 건축
일본 나오시마는 ‘예술의 섬’이라 불린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우환 미술관, 지추 미술관, 베네세 하우스가 이곳에 있다. 유기농 목재 사우나 사자에(Sazae)는 섬의 만 근처에 위치한 글램핑 시설 사나 마네(Sana Mane)의 중앙에 설치되었다. 정밀 가공 처리된 28mm 두께의 합판을 150겹씩 쌓은 목재를 사용했다. 단열과 보온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평균 벽 두께를 450mm로 설계했다. 조개껍데기를 연상시키는 외관은 곡선형 주름이 규칙적으로 촘촘히 층을 이룬 것이 특징이다. 좁은 상부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명상적 경험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합판 시트 1500개로 만든 나선형 주름 형상은 3D CAD 및 프로그래밍을 통한 결과물이다. 일반 사우나보다 천장이 높지만, 환경 시뮬레이션을 적극 활용하고 강제 환기 기류를 설계해 최적의 온도와 습도 유지에 성공했다. 건축에 자연을 담아온 건축가 구마 겐고(Kuma Kengo)의 2022년작. 사람과 환경을 보듬는 건축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Web. www.kkaa.co.jp

달항아리의 고아함과 여백 있는 건축으로 주위 경관과 조화를 이뤘다. ©FOTOGLAB

마음의 자유, 회복의 정수
빛과 그림자가 교차할 때, 자연이 그 틈새를 채운다. ‘산, 물, 하늘’의 세 가지 요소로 비움의 미학을 전하는 공간이 있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트리비움(Trivium)은 자연에 기대 쉴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설계를 맡은 얼라이브어스(Aliveus) 건축사사무소는 건축주와 함께 자연이 선사하는 휴식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직선과 넓은 창을 활용해 건축 구조의 간결성에 집중했다. 노출콘크리트로 내부를 마감하고, 디자인 요소를 최소화하여 빛과 자연 그리고 방문객이 채울 수 있는 여백을 마련했다. 1층 테라스의 수공간에선 물에 반사된 빛의 일렁임이 인테리어 요소로 기능한다. 이곳에서 내면의 이완을 돕는 요가와 명상, 아로마테라피 활동이 진행된다. 미술품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2층 중앙 공용공간은 와플 구조 형태와 더불어 횡과 수직으로 개방되어 그 자체로 절기를 담는 거울이다. 건축은 본질적으로 인공이며, 채움이다. 트리비움은 이런 한계를 차치한 채 정지된 회복의 순간을 건넨다. 그 온기와 진심이 건축의 효용을 빌려 자연을 벗 삼아 번뇌를 비우게 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스스로 얻도록 돕는다. Web. www.aliveus.net

대기를 정화하는 동시에 도시의 새로운 조각품으로 기능하고 있다. ©AVESH GAUR

기술과 건축, 도시를 치유하다
인도는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으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국가다. 지난 8월 26일, 뉴델리 선더너서리 공원(Sunder Nursery Park)에서 공기정화 타워가 공개되었다. 이름은 베르토(Verto). ‘회전하다’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vertente’에서 착안했다. 타워는 이산화질소와 미세입자 수치를 낮추는 성능을 갖췄다. 최대한 많은 대기를 밀어 넣고 필터로 흡입한 뒤, 내부에서 공기가 올라가면서 회전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공기를 깨끗한 공기로 전환하는 시스템이다. 높이는 5.5m에 이른다. 하루 60만㎥의 공기를 여과하는데, 이는 높이가 2m인 크리켓 경기장 크기의 2배 정도다.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성화한 것도 특징이다. 독일, 인도에 본사를 둔 건축디자인 스튜디오 심바이오시스(Studio Symbiosis)가 필터 전문업체 만앤휴멜(Mann+Hummel)과 협업했다. 녹음 짙은 공원에서 홀로 우아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외관은 기능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건축 회사의 철학이 발현되는 대목이다. Web. www.studio-symbiosis.com

Editor
LIM JI MIN
Writer
KIM SEONG 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