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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에게 좋은 와인에 대해 물었다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와인 테이스팅과 비평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와인을 시음하는 그는 한마디로 경험에서 진리를 찾는 열정가다. 장소, 사람, 평가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여전히 현장에서의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서클링이 운영하는 와인 미디어 플랫폼 제임스서클링닷컴(jamessuckling.com)에 따르면 현재까지 그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테이스팅한 와인은 25만여 종에 달한다. 서클링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방대한 지역 와인들을 시음하고 그 가치를 전파한 공으로 훈장을 받는 등 와인 평론 분야에서 광범위한 업적을 남겼다. 해마다 그가 11월에 발표하는 ‘세계 100대 와인(Top 100 World Wine)’은 전 세계 와인 애호가는 물론 와인 업계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영향력이 큰 만큼 책임감도 만만치 않다. 서울에서 4년 만에 여는 와인 시음 행사 <그레이트 와인스 오브 더 월드 2023>을 앞둔 서클링에게 롯데백화점 소믈리에팀과 함께 좋은 와인과 비평의 기준에 대해 물었다.

profile 제임스 서클링은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와인 애호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미국 와인 전문 잡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1981년부터 와인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4년 뒤 파리로 건너간 그는 <와인 스펙테이터> 유럽 지국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유럽 와인 업계에서 와인 전문가로 커리어를 넓힌다. 2010년 후반에 이르러 와인 미디어 플랫폼 제임스서클링닷컴을 만들어 전 세계를 여행하며 와인을 시음하고 평가하고 있다.

제임스 서클링의 ‘세계 100대 와인’은 와인 업계에 큰 영향을 줍니다. 평론가로서 책임과 의무는 무엇인가요?
A: 올해 100대 와인에 어떤 와인을 선택할지 개인적으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고민합니다. 이것은 전 세계에 걸쳐 우리가 시음하는 수많은 와인을 기본으로 진행됩니다. 지난해만 해도 3만3000개의 와인을 평가했습니다. 저는 최고 등급 와인 중에서 와인의 가격과 시장에서의 공급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이는 중요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구매하고 시음할 수 있는 와인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최소 6000병의 생산량을 보유한 와인이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제임스서클링 팀은 올해의 100대 와인을 매우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와인 평가에서 당신의 철학과 기준을 듣고 싶습니다. 또 특별히 B.F.I.C, 즉 균형(Balance), 여운(Finish), 강도(Intensity), 복합미(Complexity) 중 어느 부분에 비중을 두고 평가하나요?
A: 와인 평가에 대한 저의 철학은 오랜 세월 동안 진화해왔습니다. 현재는 ‘음용성’과 균형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보자면 저는 ‘구조와 균형’이 와인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예를 들면, 와인 비평가로서 처음으로 오크통에서 맛본 1982년 보르도 빈티지는 언제나 균형이 잡혀 있고 음용성이 뛰어나면서도 아름답게 숙성된 것이었습니다. 1982년 빈티지 대부분은 여전히 멋진 와인으로 존재합니다. 또 어떤 와인이든 피니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으로 와인의 여운이 길다면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비평에는 개인적 취향이 반영됩니다. 평론가마다 스타일이 있지요. 당신은 어떤 평론가로 비춰지길 바라나요?
A: 저는 삶에 열정적이고, 저널리스트의 폭넓은 시선을 가진 진지한 와인 평론가이고 싶습니다. 저널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작가이자 비평가로서 전 세계 와인을 다루는 일로 확장시켰습니다. 어떤 주제에 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와인에 대한 근본적 스토리를 이해하는 작업에 있어 저널리스트와 같은 원칙과 태도를 고수합니다. 그렇게 와이너리와 포도밭을 직접 방문하면서 와인메이커들을 인터뷰하며 여행하고 있습니다.
와인 평론가로 활동한 지 40년이 넘었습니다. 이 분야에 오래 머물며 지금의 자리까지 있게 한 와인 경험이 있나요?
A: 내가 경험해본 가장 멋진 와인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보르도 1982년산 빈티지입니다. 1983년 6월에 열린 <뱅 엑스포(Vin Expo)> 와인 박람회에서 처음 맛보았습니다. 당시 린슈 바주(Lynch Bages), 작고한 장 미셸 카제(Jean Michel Cazes), 코스 데스투르넬(Cos d’Estournel)의 브루노 프라츠(Bruno Prats) 같은 보르도 와인의 유명 인사들과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그들은 오크통에서 나온 와인의 균형과 음용성이 훌륭한 빈티지의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점심에는 구운 치킨과 함께 오크통의 샘플링을 즐겼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훌륭한 레드와인이 아름답게 숙성되기 위해 반드시 강력하고 풍부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와인의 생산지나 생산량 등에 변화가 있습니다. 해마다 좋은 와인을 선정하면서 이런 부분을 깊이 인지하게 되지요?
A: 확실히 기후변화는 문제입니다. 전 세계의 기온 상승뿐 아니라 포도밭의 심각한 문제들로 상황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더 많은 우박, 더 많은 서리, 더 많은 포도밭의 질병, 더 많은 폭풍, 더 많은 가뭄, 심지어 더 많은 산불이 존재합니다. 이런 변수들은 훌륭한 와인 제조에 필요한 좋은 품질의 포도 재배를 어렵게 합니다. 와인 생산자들은 계속 변하는 날씨 상황과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첩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와인 트렌드라고 언급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A: 가장 괄목할 만한 경향은 와인에서 좀 더 음용적인 측면과 신선함 쪽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와인들이 방대하고 풍부한 스타일에서 점점 더 균형감 있는 ‘바삭한’ 성격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더 좋은 음료가 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간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언급했지만,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 <에비뉴엘> 독자를 위해 말해주세요.
A: 세상에 있는 그 어떤 와인을 마시더라도, 결국 잔을 다 비우게 하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간단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늘 찾을 수 있는 와인은 아닙니다. 훌륭한 와인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것에는 남다른 에너지와 매력이 있어요. 당신에게 이 와인이 어디에서 왔는지, 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들려줍니다. 나는 그러한 스토리가 잘 드러나는 것이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info 그레이트 와인스 오브 더 월드 2023 제임스 서클링과 제임스서클링닷컴 팀이 세계 최고 와인 생산자들로부터 선정한 200종의 와인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19년 첫 행사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그레이트 와인스 오브 더 월드 2023>에는 제임스 서클링에게 대부분 95점을 받고 최소 92점 이상의 평가를 받은 와인들이 제공된다. 그랜드 테이스팅에는 100점 만점에 완벽한 평가를 받은 와인 4종도 포함되어 있다. 10월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다.

와인의 가치와 가격의 상관관계에서 일반적인 오해가 있어요. 보통 높은 가격대의 와인이 더 나은 와인이라 생각하는 편입니까?
A: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더 비싼 와인이 좋은 이유는, 더 좋은 포도원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높고 더 좋은 방법으로 제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와인을 찾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것이 오늘날 훌륭한 와인을 마시는 일에서 매우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세상에는 훌륭한 와인이 여전히 많이 제조되고 있고, 우리는 와인 애호가로서 선택의 여지가 매우 많습니다.
평론가로서 당신이 쌓은 경험치는 좋은 소믈리에 못지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드러나지 않지만, 여전히 와인 전문가로서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있나요?
A: 저는 늘 와인에 관해 배우고 있습니다. 그것이 나의 열정이고 직업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여행하면서 와인을 맛보고 와인 제조자들에게 질문하며 보냅니다. 뉴질랜드 마틴버러(Martinborough)에 작은 포도밭을 소유하고 피노누아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내 여행과 와인에 대한 사랑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홍콩에서 와인 레스토랑 제임스 서클링 와인 센트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수의 와인을 잔술로 판매하는데, 그 전문적인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A: 제임스 서클링 와인 센트럴은 약 500개의 와인을 잔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모든 와인은 제가 직접 고른 것이고, 와인 테크놀로지 기업 코라뱅(Coravin)과 함께하고 있어요. 제가 홍콩에 머물 때는 거의 매일 밤 레스토랑에 있기 때문에 와인 리스트는 개인적으로 마시고 싶은 와인들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레스토랑 와인의 80%를 잔으로 판매합니다. 새로운 와인을 발견하려고 시도하거나, 과거에 즐겨 찾던 와인을 다시 만나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한식과 와인의 궁합을 이야기해온 시간이 짧지 않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졌지요. 한국인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시도할 수 있는 와인을 추천해주세요.
A: 한식 중에서도 좀 더 매운 맛을 지닌 요리라면, 더 신선하고 밝은 레드와인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노누아(Pinot Noir), 가메이(Gamay), 산기보즈(Sangivoese), 네비올로(Nebbiolo) 같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 해당됩니다. 또 19℃ 정도 시원한 온도에서 서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원한 온도가 미각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일상에서 가까이 두고 마시는 데일리 와인도 궁금합니다.
A: 대부분 이탈리아 와인, 즉 알토 아디제(Alto Adige)와 프리울리(Friuli) 화이트는 물론 브루넬로(Brunello), 바롤로(Barolo) 와인과 에트나(Etna) 레드 등을 마십니다. 보졸레도 자주 즐기는 편이에요. 그중에서 미 고다르(Mee Godard)라는 한국인 출신 와인 생산자가 만든 아주 쿨한 보졸레가 있습니다. 한번 시도해보세요.
와인을 직업으로 삼은 삶에서 건강을 위해 실천하는 일이 있나요?
A: 나는 테니스를 격렬하게 즐기는 편입니다. 일주일에 다섯 번 코트에 나서죠. 규칙적이고 강도 높은 테니스와 식사량 조절은 나를 건강하게 해줍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그레이트 와인스 오브 더 월드 2023> 행사에 이전보다 많은 사람이 참석합니다. 특별히 기대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A: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진행하는 와인 행사 <그레이트 와인스 오브 더 월드 2023>을 발표하자마자 이틀 만에 티켓이 매진되었어요. 100여 곳의 와이너리 모두가 서울에 와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 기대가 높습니다. 멋진 와인과 에너지가 넘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A: 올해 와인 비평가로서 산 지 42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특히 합리적인 가격대의 훌륭한 와인을 찾는 일에 더 관심을 두고자 합니다. 또 와인 고객, 와인 무역과 관련해 한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나는 그들과 일하는 에디터, 작업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현재 나와 함께 테이스팅하는 한국인 에디터도 있습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Editor
HAN JI HEE
Cooperation
롯데백화점 소믈리에팀
Photo
롯데백화점 제공,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