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한국 공예를 알리다

한국의 전통 예술을 향한 시선. 이목 유서경 대표를 주목하는 이유

가구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돌과 옥으로 만든 작품이다. 권창남 ‘기억-그리워하다’, 135×53×160cm, 네로마로키나·청옥, 2020.

이목 유서경 대표. 테이블에는 김동인 작가의 세라믹 작품, 서성욱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 박주빈 작가의 자개 달항아리 그리고 포장미학의 보자기 스타일링이 놓였다. 유서경 대표는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2013년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며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2015년부터 ‘이목 갤러리’를 열었다. 현재 문화공간 이목, 크래프트 이목, 더 나아가 K-ART 디렉팅 컴퍼니 이목을 통해 한국의 크리에이터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www.emok.works

먹고 살기 위해 아주 오랜 옛날부터 도구를 만들어온 인류는 단순히 쓰임 외에도 장식을 더했다. 도구가 발달하고 일상에 여유가 생길수록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은 커졌고, 이는 선사시대부터 출토된 유물들이 증명한다. 본래의 기능을 하되, 구조를 달리하거나 화려한 장식을 입힌 기물들이 시대별로 진화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름다움은 삶의 여유에서 꽃을 피웠다. 또 어떤 문명이든 전성기를 지나면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러웠던 현상 역시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공예를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인간의 욕망이자 아름다움의 속성이다. 조개껍데기를 얇게 갈아 이어 붙여 자개 공예품을 만들어온 것도 이러한 본능적인 미의식에서 출발한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 발전해온 자개는 중국에서 건너간 것으로 추측되는 수메르문명 왕릉에서 발견한 출토품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토록 오랜 시간 인간의 미의식을 담아온 공예품은 현재 한국 작가들을 통해 쓰임과 장식을 너머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고 있다.

왼쪽 전통적인 갓이 햇빛과 얼굴을 가려주었다면, 류지안 작가의 <GOT>은 직진으로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자개의 영롱함을 통해 오히려 빛을 드러내고자 한다. ‘GOT Series’ 21, 30, 66, 96/16×21, 28×30, 32×66, 42×96cm/자개·금속, 2022.
오른쪽 서성욱 작가는 세포분열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명력과 역동성, 확장과 팽창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다. 투명한 푸른 빛이 하나의 보석처럼 보인다. ‘Cell’, 32×32×35cm, 유리, 2020.

2015년부터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대중에게 소개해온 문화 공간 ‘이목(EMOK)’의 유서경 대표는 자개를 비롯한 한국 공예 작품의 위상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디자인과 예술품 사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공예 작품에 안타까움이 있던 그는 까르띠에 메종 청담의 리노베이션에 필요한 컬렉팅 작업을 맡으면서 올해 4월 ‘크래프트 이목’을 오픈했다. 새롭게 단장한 까르띠에의 쇼룸은 특별히 한국을 주요 소재로 삼아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설계된다. 병풍처럼 서울을 둘러싼 산들의 능선을 비롯해 한옥 창호와 문살, 보자기 등 아름다운 한국의 모티브가 가득한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유서경 대표는 그들의 아트 컬렉션에 김현주, 류지안, 서성욱 작가 등을 소개했다. “한국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지게 해달라는 디자인 지침에는 분명 저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어요. 한국의 공예 작품들이 새 디자인 공간에 놓이게 됐죠. 한국의 공예를 알리는 일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이 작업을 통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자개를 매개로 작업하는 류지안 작가의 ‘더 문(The Moon)’은 까르띠에 메종 청담 입성 이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물로도 선택되었다. 아주 정교하게 세공한 자개로 만든 달항아리이다.

왼쪽 금속 위에 자개를 한땀 한땀 끊어 붙이는 전통 끊음질 기법으로 제작한 김현주 금속공예 작가의 작품. ‘Draw a Circle Series’, 34×34.5×3cm, 자개·금속, 2023.
오른쪽 이선미 작가는 버려진 안경알을 세공해 우리나라 국보를 작가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안경알 공기빛 산무늬 술병’, 34×34×50cm, 안경알·금속, 2022.

한국의 공예품을 알리기 위한 여정
유서경 대표가 크래프트 이목으로 한국 공예 작품에 집중하게 된 것은 한두 해의 관심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던 뉴욕 유학 시절, 그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특유의 정체성이 부각되지 않은 한국이 못내 아쉬웠다. 두 아시아 국가보다 한국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험들이 이어졌다. 한국도 고유한 문화가 있고 매력적인 동시대 문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도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단테베아트릭스(Dantebeatrix)라는 디자인 회사에서 일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2013년 디자인 회사를 세우고 직접 디자인을 했다. 다양한 기능과 심미적 요소가 결합된 디자인을 하다가 ‘Frame Chair’(2014)를 발표하며 <KIWI 2014 스페셜 프라이즈>의 특허청장상을 받았다. “아트퍼니처를 디자인하면서도 멀티펑션(multifunction)에 관심을 가졌어요. 한국적인 형태에 조금 재미를 준 ‘다기능’에 집중했죠. 많은 상을 받았지만 당시 아트퍼니처 시장이 넓지 못해 크게 주목받거나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어요.”
수상 이후에 젊은 여성 작가이자 CEO로서의 활동을 주목하는 정부 부처와 관계된 모임에 초대되어 활동했다. 하지만 창작자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지원이었다. 여러 부침이 있었고, 결국 작가 활동보다 국내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마련해주는 기획자 역할을 더 활발히 했다. 창작자로서 직접 부딪쳐온 경험치가 있는 만큼,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시 대관 비용은 기업이 제공하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내며 기획을 펼쳤다. 실질적으로 신진 작가에게 전시 기회가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문화 공간의 이름인 이목의 뜻처럼 작가들의 눈과 귀가 되어오다 3년 전 한국 공예 작품들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갖게 되었다. “그동안 시장에서 공예가 조금 소외된 영역이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가치 있는 조형 작품으로 인식하고 구매로 이어지기도 하죠. 금속 공예가로 활동해온 오지현 작가와 만나 더욱 힘을 얻으며 한국의 공예 작가들을 알리는 데 주력하게 됐어요.” 그가 한국에 돌아와 아트퍼니처를 디자인하던 시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가치를 알아보는 시선이 뜨거워지고 있고, 이에 화답할 만한 공예 작가들이 존재한다. “중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전통문화는 미니멀하고 여백을 추구하는 성향이 남달랐다고 생각해요. 또 손재주들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요. 장인 정신으로 완성된 한국 작가들의 공예품들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유서경 대표는 한국과 서울에 집중되는 세계적인 관심이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활동이나 영화, 드라마 시리즈의 히트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았어도 아주 오랫동안 한국의 문화를 알리려는 창작자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것이 축적돼온 결과라고 말했다. 자신도 그 수혜자라며 앞선 분들의 활동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까르띠에 청담 메종과의 협업이 있기 한 해 전인 2021년, 유서경 대표는 <부산국제디자인어워드> 공예디자인 부문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고 글로벌 어워드 연합(IAA)이 주관하는 <뮤즈(Muse) 디자인 어워드>에 참가한다. 경영인이 아닌 작가로서다. 이 어워드는 장인 정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디자이너를 위한 국제 대회다. 그가 출품한 작품의 제목은 ‘아리(ARI)’다.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조형적 아름다움을 결합한 가구다. 수납과 함께 테이블 및 의자 역할을 하는 ‘아리’를 두고, 그는 한국의 문화유산과 전통 요소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작가 유서경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Editor
HAN JI HEE
Photographer
SHIN YOO NA
Hair&Makeup
윤지(브러쉬앤꼬리빗)
Location
포장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