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
전통주 예찬
우리 곡식으로 밎어낸 인기 높은 프리미엄 전통주
1 한영석 청명주 출시하는 버전마다 다른 누룩을 사용해 미세하게 다른 향과 풍미가 느껴지는 약주다. 과실의 감칠맛과 산뜻한 산미가 일품이다. 375ml, 3만6천원.
2 일엽편주 농암종택의 가양주로, 쌀과 전통 누룩으로 빚어내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맑은 황금색을 띠며 풍부한 과실 향과 섬세한 곡물의 단맛, 쌉싸름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375ml, 3만9천원.
3 풍정사계 춘 2017년 한미 정상회담과 2019년 한·벨기에 정상회담에서 만찬주로 쓰인 약주다. 맵쌀과 찹쌀, 전통 누룩으로 빚어 깔끔한 맛을 낸다. 500ml, 4만2천원.
4 사락 겨울철 보리밭에 눈이 내려앉는 소리와 여름철 보리가 바람에 사락거리는 풍경에서 영감을 받았다. 100% 국내산 보리 증류 원액을 블렌딩해 깊고 진한 보리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375ml, 3만원.
주류 트렌드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많은 소비자들은 팬데믹 시기를 겪는 동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고, 자연스레 고급 와인과 위스키를 접하는 기회가 잦아지며 술맛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다. 대중적인 술로 알려졌던 소주와 맥주에도 프리미엄이 붙고, 한 잔을 마시더라도 맛있다고 소문난 이름 있는 술을 맛보려 하는 트렌드가 이를 말해준다. 매일같이 혜성처럼 힙한 술들이 탄생하면서 우리 전통주의 인기는 주춤하는 듯했지만, 전통주 산업 역시 프리미엄이나 자체적인 등급을 산정하는 등 돌파구를 마련해 신제품을 출시 중이다. 전통주는 법령상 ‘명인’이 제조한 술을 일컫지만, 사실 주세를 부과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라 ‘전통의 계승’ 여부와 크게 상관없다. 실제로 지역에서 생산하는 작물을 활용한 ‘지역 특산주’가 주를 이룬다고. 쌀과 보리,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곡식으로 빚은 전통주라는 타이틀로 그 어느 때보다 실험적인 술들이 탄생 중이다. 전통주 춘추전국시대, 전통주 문화를 조금 더 친숙하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술 전문가들에게 추천 전통주와 그 이유를 물었다. 가장 동시대적인 주류 회사의 오너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쁜꽃’의 양유미 대표는 술맛과 마시는 방법에 대해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하고 있다. 그가 가장 추천하는 전통주는 대한민국 최초의 누룩 명인이 빚은 한영석 청명주. 조선시대 전통주 문헌인 <주방문>에 나와 있는 레시피를 재해석해 구현한 약주로 매번 다른 누룩으로 빚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쌀로 만드는 누룩은 한국 술의 관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재료로 누룩 상태에 따라 술의 맛과 향이 좌우된다고. 각각 병마다 다른 과실 향의 밸런스와 다채로운 누룩 향을 경험할 수 있다.
왼쪽 이지민은 대한민국의 양조장 중심 주류 문화의 기틀을 다진 플랫폼 대동여주(酒)도의 대표다. 다양한 채널에서 전국 각지에서 발굴한 전통주 콘텐츠를 연재하거나 캠페인을 연다. 우리 술에 대한 이야기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오른쪽 양유미는 실제 주조사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이자 주류 브랜딩 플랫폼 이쁜꽃의 대표다. 다양한 술을 접하고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양조 콘텐츠를 만드는 주류 마케터와 일러스트레이터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양조를 목표로 한다.
“청명주는 꽃향기와 청포도 맛을 베이스로 그 풍미는 계절에 따른 풍경을 연상시킵니다. 어떤 때는 꽃밭과 같고, 어떤 때는 청명한 하늘 아래 계곡물과 같아요. 돌고 돌아 전통과 동시대가 맞닿은 전통주의 맛이 이 한 병에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전국 각지의 양조장들이 품질 높은 전통주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좋은 술을 선별하는 ‘대동여주(酒)도’ 이지민 대표는 “전통주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술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뛰어난 맛을 지녔다는 점이며 여기에 양조장과 제품 스토리, 생산자의 명성, 직접 빚은 누룩, 한정 생산, 완판 이슈 등이 더해져 마니아층이 공고해지고 있습니다”라고 전한다. 제안하는 전통주로는 농암종택의 가양주 일엽편주를 택했다. ‘한 척의 조그마한 배’라는 일엽편주는 안동 가송리 농암종택에 들르는 귀한 손님에게 내어주던 술로 대대로 종부의 손을 통해 전해 내려온 약주다. 지금은 17대 종부 이원정 씨가 고택에서 직접 술을 빚으며 오직 쌀과 물, 볕에 직접 말려 고르고 고른 누룩만으로 제조한다. “일엽편주는 오랜 역사와 희소성, 고급스러운 패키지까지 갖춘 술로 향에서 한 번 반하고, 맛에서 부드러움을 전하는 술입니다. 곡물의 달착지근한 향과 새콤한 향이 일품이지요. 곡물 향과 아카시아꽃, 과일 향이 동시에 느껴지며 적당한 단맛과 신맛을 갖췄습니다.”
Editor
LIM JI MIN
Photographer
SIM YUN SEOK
Advisor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 ‘이쁜꽃’ 양유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