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TUNE INTO INNER PEACE
소리에서 쉼의 의미를 찾는 사운드 테라피스트
천시아는 싱잉 볼 사운드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마음에 평정심을 되찾아줄 수 있다고 말한다.
싱잉 볼 명상에서 찾은 진정한 휴식의 의미
소리 명상의 선구자, 천시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곱고 청아한 소리, 그리고 이내 찾아오는 고요함. 명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싱잉 볼에 관해 듣거나 접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깊은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싱잉 볼 명상의 선구자 천시아는 20대 시절 우연히 떠난 네팔 여행에서 싱잉 볼을 처음 접했다. 당시에 그가 접한 싱잉 볼은 단지 명상의 도구일 뿐 그 누구도 정확하게 기물의 원리를 알지 못하는 점이 궁금했다. ‘왜 대중적 악기로 성장하지 못했을까?’ 질문을 멈추고 스스로 답을 구하는 방법을 택했다. 천시아는 이후 싱잉 볼을 활용해 힐링과 명상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국내에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정진했다.
“싱잉 볼의 매력은 무궁무진하지만 누구나 그저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즉각적 이완을 경험할 수 있어요. 빨리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현대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죠. 싱잉 볼의 원리는 도구가 지닌 풍부한 소리와 진동이 우리 몸으로 전달되면서 생체 리듬을 균형 있게 가꿔줍니다. 우리는 때로 긴장되고 스트레스가 많을 때 리듬을 잃기 쉬운데요, 싱잉 볼이 지닌 균형 잡힌 리듬은 우리 몸을 본래의 에너지로 환원시키는 것을 돕죠. 이것이 바로 싱잉 볼의 힘입니다. 소리를 듣고, 귀가 반응하고, 어느 정도 몸의 이완과 정화가 이루어지면 다음 단계는 본격적인 명상입니다.”
명상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명상 자체를 하나의 퀘스트처럼 여기기 때문이죠. 하지만 명상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내 몸 안의 자연스러움을 되찾는 완전한 이완과 경험을 통해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것을 되짚어보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여기면 한결 쉬워져요. 그게 싱잉 볼 명상이라면 더 좋고요.”(웃음)
싱잉 볼은 여러 악기와 연주해도 궁합이 좋은데, 천시아는 특히 거문고와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작년 ‘2022 한국 웰니스 관광 페스타’ 개막 공연 당시 싱잉 볼과 거문고가 조화를 이룬 퍼포먼스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싱잉 볼이 정적인 사운드 힐링뿐 아니라 많은 사람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공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죠. 또 한국 전통 소리와 협업하면 한국의 웰니스 콘텐츠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한국 전통의 방짜유기로 제작한 싱잉 볼을 개발하는 작업에 몰두하려 합니다.”
쉼은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잘만 쉬어도 일상에서 직면한 수많은 문제에 의연하고 단단히 대처할 수 있다. “저는 소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러한 ‘쉼’의 참의미를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천시아는 싱잉 볼 명상을 통해 편안한 상태에서 스스로를 돌보고 삶을 반추하다 보면 우리 인생에서 놓치고 있던 또 다른 보물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고 전한다.
Interviewee Note
천시아는 어린 시절부터 삶 속에서 ‘알아차림’ 수행을 통해 경험적 우주의 법칙을 습득해왔으며, 심리학과 대체의학인 인도의 아유르베다, 명상을 공부했다. 현재 삼성동에 위치한 ‘젠테라피 내츄럴 힐링센터’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의식 성장과 자아 고취를 돕는 리트리트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국내 싱잉 볼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한국식 싱잉 볼 테라피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공(gong) 사운드의 진동은 청각적으로 압도적 자극을 준다. 음파를 이용해 몸의 에너지를 순환시켜주고, 긴장을 완화해준다.
공의 깊은 울림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시간
공 사운드 힐러, 박설아
상월곡동 예술인 마을의 정겨운 골목골목을 지나 작은 안내판을 따라 내려가면 안온한 분위기의 웰니스 센터 ‘숲의 그림자’가 자리한다. 이곳에서는 올라운더(all-rounder) 사운드 힐러로 통하는 명상가 박설아를 만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판소리를 가까이했고, 서울 국립창극단에서 활동한 그가 소리를 내는 일은 정해진 길이나 다름없었다. 매번 진행하는 오디션을 위해 고군분투한 지난날,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한 욕심과 열망은 어느새 그에게 크나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나는 분명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데 늘 힘에 부쳤고, 타성에 젖어 지내는 날이 많아 부정적 감정이 차올랐어요. 번아웃으로 턱 밑까지 지쳐 우울증을 앓을 무렵, 잘나가는 패션 대기업에 다니던 친언니가 제 모습을 보고 제주도로 떠나자고 했어요. 쉼이 절실하던 차에 무심코 제주에서 소리 명상(sound bath)을 접하게 됐지요.”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요가 강사의 길로 접어든 친언니의 결정은 그 역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인 소리로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명상의 길로 안내하는 것. “공(gong)을 메인으로 선택한 것은 익숙함 때문이었죠. 판소리와 더불어 한국 전통 음악극을 배울 때 징을 치거든요. 한국에서는 징이라고 하지만 서양에서는 공으로 통해요. 공을 치면 진동을 통해 몸이 순환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악기의 파동과 함께 공명해 내면 치유 효과와 회복 에너지를 얻을 수 있죠.”
숲의 그림자가 특별한 이유는 신체의 균형을 정돈하는 요가를 배운 후 판소리의 구음(口音)이 어우러진 음악으로 심신을 정화하는 수련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구음이란 판소리에서 거문고, 가야금, 장구 등 우리나라 전통악기의 특징적 음을 입으로 흉내 내어 읽는 소리를 일컫는다. 악기의 음색은 고스란히 따르지만 표현 방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그때그때 가사를 얹어 즉흥적으로 부른다. ‘현재’의 에너지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개념에 가깝다. 신비로운 공 연주에 박설아의 목소리를 더한 구음이 곁들여지면 에너지는 더욱 충만해진다.
“고대 티베트에서는 공이 ‘영혼을 달래주는 소리’로 통용되었다고 해요. 신성한 의식을 치르거나 제사를 지낼 때 공을 사용했다고 전해지죠.” 그는 우울감이 밀려올 때, 공의 소리로 사운드 배스를 하면 답답함이 해소된다고 전한다. “흔히 한국인의 정서에는 한(恨)이 서려 있다고 하잖아요. 공은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매개체이자 나의 인식이나 고정관념을 올바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유의미한 도구죠.”
스트레스는 실제 신체에 순환장애를 일으킨다. 인체의 70%가 물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강한 파동을 지닌 공은 혈액의 진동을 일으켜 원활한 순환을 돕는다고. “소리를 듣는 것 자체만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내 몸과 마음의 감각이 열리게 되고,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지요. 공의 신비롭고 웅장한 사운드에서 절로 숙연해지기도 하며 필요한 것만 남기고 불필요한 감정은 흘려보내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박설아는 사운드 테라피를 만난 이후 일상에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제가 내는 소리로 현재 마음이 힘든 이나 성장을 위해 움츠리고 있는 이를 보듬어주고, 쉼이 되는 것을 온전히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소리로 존재할 수 있음에 성취감 또한 뒤따르죠.” 공의 진동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 에너지를 타인에게 나누는 것, 그리고 스스로 답을 구하는 것, 어떤 상황이든 적절하게 수용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며 살아감이 그의 인생에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수행의 근본이 됐다.
Interviewee Note
요가 안내자인 친언니와 함께 사운드 배스를 경험할 수 있는 웰니스 센터 ‘숲의 그림자’를 운영하는 박설아는 전주예술고등학교에서 판소리 전공, 중앙대학교 국악대학을 거쳐 서울 국립창극단에서 한국의 전통 판소리극을 표현하는 예술가로 활동했다. 명상과 예술을 융합한 소리 명상에 깊은 뜻을 지니고, 주력하는 공(gong) 테라피 외에도 싱잉 볼, 핸드팬 등의 소리 도구를 모두 다룰 수 있는 다재다능함을 겸비했다. 내면에 자리 잡은 진정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사운드 힐링 전파에 힘쓰고 있다.
핸드팬은 리듬 타악기인 동시에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는 사운드 힐링 도구다. 하나의 음을 연주할 때 3개의 주파수가 동시에 진동한다.
핸드팬 사운드와 뇌과학 에너지로 찾는 마음 챙김
핸드팬 마스터, 김권하
거북이 등껍질 혹은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둥그런 생김새의 반짝이는 악기. 이 악기의 이곳저곳을 두드리자 놀랍게도 맑고 청아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바로 핸드팬이다. 몽환적 음색을 바탕으로 멜로디와 리듬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는 핸드팬은 스위스에서 2000년 즈음 만들어졌으며, 유럽과 인도를 거쳐 국내에는 2014년 무렵에야 도입된 다소 생경한 악기다. 서울 삼성동 ‘초민감자브레인힐링센터(Empath Korea Healing Center)’를 운영하는 김권하는 바로 이 핸드팬을 연주하며 많은 이를 명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냥 민감자도 아닌 초민감자라니, 위트 있는 상호에 궁금증이 마구 샘솟는다.
“한국에서 유일한 핸드팬 제작 장인 황형철과 오랜 인연으로 접한 것이 핸드팬과 첫 만남이에요. 마음을 울리는 멜로디와 타악 리듬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지요.” 10~20대 시절 홍대 언더그라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한 이력은 그를 핸드팬 연주가에 다다르게 했다. 드럼과 달리 핸드팬을 연주할 때만큼은 화려한 테크닉을 펼치기보다 소리에 저절로 몰입하며 명상에 빠지는 것을 더 중요시 여긴다.
“2021년 가을, ‘불교문화대전’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새들이 제 핸드팬 소리를 듣고 모였는지 연주하는 내내 주위를 날아다니며 지저귀더라고요. 작은 새들과 어우러져 공연하는 경험이 엄청 신비롭게 느껴졌어요.” 기억에 남는 협업 공연이 있느냐는 물음에 2022년 3월, KBS TV 프로그램 <국악한마당>에서 세계적 대금 연주가 한충은 선생님과 함께 선보인 라이브 공연이라고 답했다. 당시 ‘코로나블루스’라는 자작곡을 연주했는데, 영롱한 사운드의 핸드팬과 한국적 정서가 담긴 대금의 연주가 합이 좋았다고.
소리에서 출발한 관심은 테라피를 향한 진심으로 이어졌다. 그가 운영하는 초민감자브레인힐링센터에서는 스트레스와 불안, 걱정, 트라우마 등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고 변화시키는 심리 테라피와 멘털 코칭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핸드팬 치유 명상 외에도 엑세스 바즈(Access Bars) 테라피를 받을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에너지 심리 테라피의 일종으로 엑세스 바즈는 뇌파를 이용한 힐링 및 안정화 세션이다. 머리 위에 32개 포인트를 손으로 터치해 정체되어 있던 생각과 부정적 감정을 방출함으로써 두뇌 신경 회로를 정화하고, 두뇌의 전자기적 흐름을 바로잡아주는 기법.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70~90분 정도 세션이 진행되는 동안 정신 건강 유지와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엑세스 바즈 힐링 세션은 두뇌의 전자기적 충전을 힐러의 손을 통해 순환시키고, 수많은 생각과 감정으로 막힌 에너지를 되찾아줘 두뇌 상태를 최적으로 만들어준다. 김권하는 핸드팬 사운드와 엑세스 바즈 프로그램이 어우러질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믿는다.
“실제로 핸드팬 명상을 통해 긴장이 이완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례가 많아요. 공부나 업무 효율이 높아지기도 하고, 불면증 개선에도 효과적이죠. 지끈지끈하던 두통이 말끔히 사라진 경우도 있습니다.” 지친 마음을 가뿐하게 변화시키고 위로한다는 점에서 김권하의 핸드팬 사운드는 그 의미가 깊다. 고요한 파장을 나누며 그의 손길을 따라 울리는 신비로운 사운드를 듣다 보면 저마다의 무거운 걱정과 근심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Interviewee Note
핸드팬 사운드 힐러 김권하는 ‘Midas X(마이다스엑스)’라는 예명으로 총 세 장의 앨범을 발매한 뮤지션이자 명상 힐링 악기로 알려진 잔뼈 굵은 핸드팬 연주가다. 조만간 네 번째 싱글 음원 발매를 앞두고 있는 그는 뇌파 에너지를 통해 치유를 돕는 초민감자브레인힐링센터를 운영하며 애씀 없는 삶의 변화와 성장을 위한 수업을 열고 있다.
Editor
LIM JI MIN
Photographer
SHIN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