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A THRILLING VIEW
짜릿함과 스릴이 있는 세계의 공간 이모저모
위쪽 하늘로 승천하듯 12개의 원이 회오리 모양으로 정상까지 이어진다. ⓒ Camp Adventure/ Photo by Rasmus Hjortshoj
아래쪽 숲속 보호구역인 캠프 어드벤처 안에 자리한 높이 45m의 포레스트 타워. ⓒ Camp Adventure/ Photo by Mads Tolstrup
자연이 주는 절정의 경험 The Forest Tower
이처럼 비현실적인 전망대가 있을까. 덴마크 기셀펠 클로스테르(Gisselfeld Kloster) 숲 한가운데 자리한 ‘포레스트 타워’. 코펜하겐 건축사무소 EFFEKT가 설계한 이곳은 높이 45m로, 아래쪽과 위쪽이 넓고 가운데가 좁아지는 원통형 모래시계 구조다. 가운데를 좁아지게 한 것은, 구조물 중간에 자라는 아름다운 너도밤나무를 가까이서 체험하게 하기 위함이다. 코르텐 강철 기둥과 그 사이를 120도로 회전하는 12개의 원. 원을 따라 오를 때마다 변하는 주변 풍경은 더욱 백미. 해발 140m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360도의 풍경과 함께 절정을 경험하게 된다. 맑은 날에는 50km 이상 떨어진 코펜하겐과 말뫼까지 볼 수 있다. 포레스트 타워는 30만m² 규모를 자랑하는 캠프 어드벤처(Camp Adventure)의 일부로, 클라이밍 파크와 글램핑, 플라워 팜 등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위쪽 하늘과 땅 사이에 공중 부양한 ‘허브 오브 허츠’로, 건축사무소 noa*의 독창적인 설계와 디자인이 빛난다. Photo by Alex Filz
아래쪽 핀란드식 사우나, 샤워실, 수영장 등으로 구성된 복합 스파 시설로 360도 파노라마 자연 뷰가 함께한다. Photo by Alex Filz
공중 부양한 오두막? Hub of Huts
이탈리아 사우스 티롤의 작은 마을 올랑(Olang)에 지난해 이색적인 오두막이 들어서 화제다. ‘허브 오브 허츠(Hub of Huts)’가 그 목적지다. 이름처럼 이곳 산촌의 건축을 재현한 작은 오두막 형태로, 특이한 것은 거꾸로 뒤집힌 구조다. 그뿐인가.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듯 하늘과 땅 사이에 붕 떠 있는 형태. 설계를 맡은 noa*(noa* network of architecture)는 한쪽만 고정하고 다른 쪽은 돌출시킨 캔틸레버 구조를 차용, 20m의 돌출부가 있는 플랫폼을 설계해 하늘과 땅 사이에 새로운 부유식 전초기지를 세웠다. 플랫폼은 지상 15m 높이에 있으며 낙엽송 통나무 기둥을 지지대로 사용했다. 핀란드식 사우나, 샤워실, 야외 수영장 등 뒤집힌 지평선이라는 독창적인 시도와 함께 이 모든 것을 360도 풍경 속에서 즐길 수 있다.
바다와 육지를 잇는 MVRDV의 ‘시소(SeaSaw)’. 네덜란드 항구도시인 덴헬데르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부여하고자 했다. Images by MVRDV
바다와 육지를 잇는 전망대 SeaSaw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운 랜드마크를 부여하는 일. 네덜란드의 항구도시 덴헬데르(Den Helder)의 고민도 거기에 있었다. 그들은 제방 보강으로 단절된 도시와 바다를 새롭게 연결하고 새로운 상징물을 만들기 위해 국제 공모전을 열었고, 로테르담의 건축사무소 MVRDV의 ‘시소(SeaSaw)’가 채택되었다. 이곳은 해안도시라는 특성상 간척지를 바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인공 제방과 배수로로 이뤄진 뛰어난 홍수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사구에서 항구까지 이어지는 제방이 바다 전망을 가리고 있는 상황. ‘시소’는 제방과 바다에 전망대를 설치해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물결 모양의 공공 예술 설치물로, 길이는 약 52.4m. 바다의 무한한 움직임과 역동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항구도시라는 이곳의 역사를 반영했다.
포항 환호공원 안에 자리한 스페이스워크. 마치 공간과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곡선 형태로, 독일의 예술가 듀오가 디자인했다.
하늘, 풍경을 걷다 Space Walk
포항의 인기 명소로 떠오른 이곳. 하늘 위의 롤러코스터를 떠올리게 하는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다. 공간 혹은 우주를 유영하듯 떠 있는 이 곡선 형태의 구조물은 최고 높이 해발 81m, 트랙 길이 333m(계단 717개). 국내 최대의 체험형 작품으로 오직 두 발로 아찔한 계단을 오르고 올라야 비로소 최고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포항의 아름다운 도심과 바다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제철소의 찬란한 야경, 영일만의 일출과 일몰까지 감상할 수 있다. 360도로 펼쳐진 숨 막히는 풍경은 두려움을 극복한 자만이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스릴이다. 최대한 느리게 예술 위를, 구름 위를 걸으며 스페이스워크만의 매력에 빠져보기를. 스페이스워크는 독일계 예술가 듀오 하이케 무터(Heike Mutter)와 울리히 겐트(Ulrich Genth)가 디자인을 맡았으며, 포스코가 기획·제작·설치했다.
Tanya Preminger, Round Balance, 2008, Soil, grass 900×900×260cm, Saint-Flour, France. All images © Tanya Preminger
삶의 ‘균형’을 묻다 Round Balance
과연 저 위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타냐 프레밍거(Tanya Preminger)의 스릴 넘치는 작품 ‘라운드 밸런스(Round Balance)’다. 조각, 설치, 사진 등의 매체를 활용하는 그녀는 흙, 풀, 돌과 같은 자연 재료를 주로 사용한다. ‘라운드 밸런스’ 역시 넘어질 듯 땅속에 박힌 잔디 경사면이 시선을 끈다. 작가는 양쪽의 무게에 따라 기울어질 것 같은 경사면과 움푹 들어간 부분을 땅속에 만들어냈다. 그런 다음 삽과 갈퀴, 긴 자를 사용해 기울어진 땅을 조각하고 마지막으로 잔디를 덮었다. 모래에 남겨진 발자국을 보고 자연에 내재된 기브 앤드 테이크의 관계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프레밍거. ‘라운드 밸런스’는 하나의 본질과 그 반대 측면 사이의 균형이라는 삶의 철학적 법칙을 물리적 형태로 표현한 것으로, 2008년 환경예술축제를 위해 프랑스 생플루르에 설치됐다.
해안 풍경 속에 자리 잡은 원형의 파빌리언 ‘스카이 마운틴’. 구불구불한 하얀 지붕 위를 걷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Sky Mountain, Images by Sou Fujimoto Architects © ACF DJI
해변에서 만난 이색 산(?) Sky Mountain
이곳은 분명 해변가다. 하지만 산에 오를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 하이커우(Haikou)에 들어선 스카이 마운틴(Sky Mountain-Haikou Bay No.6 High Standard Seaside Station) 얘기다. 해안 풍경 속에 자리 잡은 이 원형의 파빌리언은 후지모토 소우 건축사무소(Sou Fujimoto Architects)의 작품으로, 자연 계곡의 형태를 차용했다. ‘스카이 마운틴’이라는 이름처럼 도시와 바다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하늘 산’을 형성한다. 구불구불한 지붕은 이곳의 시그너처. 방문객은 지붕이 만들어낸 물결 모양의 길을 따라 걸으며 바다 위로 떨어지는 숨 막히는 일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유연한 곡선 속에 숨겨진 이 파빌리언은 견고하면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처럼 역동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그런데 대체 이곳은 무엇을 위한 공간일까? 부제에 붙은 타이틀처럼 하이커우 베이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한 해변 정류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아한 경사면 아래에는 서점, 팝업 커피숍 등 다목적 공간을 갖췄다.
광활한 습지 위에 자리한 마스크 타워. 내려오는 계단과 오르는 계단을 따로 설치해 방문객이 모든 각도의 자연을 즐길 수 있다. Images by Rasmus Hjortshoj & BIG – Bjarke Ingels Group
전망대와 조각품 사이 Marsk Tower
또 다른 스릴을 맛보기 위해 떠날 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덴마크의 바덴해 국립공원이다. 2021년 이곳에 들어선 높이 25m의 ‘마스크 타워’. 풍경 속 예술 작품처럼 우뚝 솟아 있는 마스크 타워는 광대한 습지로 이루어진 이 지역의 특성을 따서 늪, 습지를 뜻하는 ‘마스크(Marsk)’ 타워라 이름 붙여졌다. 타워의 모양은 얼핏 드넓은 대지에 불어온 토네이도를 연상케 한다. 코르텐 강철로 만들어진 타워는 광활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단순한 디자인에 강한 힘을 더한다. 타워의 구조는 전망대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로, 덕분에 위로 오를수록 지평선 시야가 점차 확장된다. 두 개로 된 계단 구조 역시 특별하다. 하나는 위로 올라가고, 다른 하나는 내려오는 계단 형태로 되어 있어 방문객이 모든 각도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타워 중앙에는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휠체어로도 오를 수 있다. 덴마크 건축사무소 BIG(Bjarke Ingels Group)의 역작답다.
Contributing Editor
SEOL MI 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