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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 belongs to Nature

자연에 가깝게, 내추럴 와인

내추럴 와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유기농 와인 또는 바이오다이내믹 와인과는 또 다른 차원으로 해석된다.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이 포도를 생산하는 자연 농법에 핵심이 있다면, 내추럴 와인은 포도 생산부터 와인 양조와 병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인간과 화학적인 개입을 최소화한다. 여기에 와이너리의 근간을 이루는 와인메이커의 삶과 자연 철학까지 아우르고 있으니, 애초 내추럴 와인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내추럴 와인은 새롭게 생긴 종류가 아니다. 포도를 재배하는 경작지에 화학 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1960년대 이전의 제조 방식으로 돌아간 것일 뿐이다. 와인메이커들은 제조에 필요한 시간을 조절하고, 일정한 맛과 풍미를 유지한 와인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땅에는 물론 와인 제조 과정에서 각종 화학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우선 농법을 들여다보자. 와인의 주재료인 포도는 땅의 산물이다. 제초제를 뿌린 땅에서는 미생물이 사라져 땅과 포도 사이에 유기적인 작용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러한 땅에서는 포도나무의 뿌리가 깊게 내리지 못해 결과적으로 포도 상태에도 영향을 준다.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은 제초제는 물론 화학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데 포도밭의 잡초를 사람이 일일이 뽑거나 동물을 풀어놓고 먹게 한다. 따라서 경작지는 소규모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생산량도 적다.
자연의 방식 그대로 건강한 땅에서 얻은 포도알들은 발효 과정에서도 빛이 난다. 포도의 생장에 맞게 천천히 발효시키면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와인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허약한 포도알들을 사용하면 쉽게 부패할 수 있어 첨가제를 넣고 발효를 돕기 위해 인공 효모를 넣는다. 덕분에 생산자가 원하는 대로 생산 시간과 보관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와인의 빠른 산화와 잡균이 번식하는 것을 제어하는 첨가제 중에는 이산화황(SO2)이 있다. 내추럴 와인은 이산화황을 넣지 않거나 아주 최소의 양만을 사용한다. 유통 기간과 보관 상태에 각별히 신경 쓴 와인을 마셔야 하는 이유다. 다시 말해 내추럴 와인은 생산된 후 빠르게 마셔야 제대로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내추럴 와인의 존재 주체는 사람이 아닌 자연이다. 포도밭의 지질과 생산 해의 기후 조건이 맛과 풍미에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내추럴 와인은 남다른 ‘개성’을 갖는다. 그것이 비록 개인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이름난 와이너리는 팬들이 따른다. 그중 빅 팬은 포도가 와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준 와인메이커다. 그렇게 자연은 내추럴 와인 메이커들에게도 철학이 되고 인생의 신념이 된다. 와인의 맛뿐만 아니라, 흥미롭게 들여다볼 이야기가 그들마다 존재한다는 뜻이다.

1 CHÂTEAU LE PUY CLOSERIE SAINT ROC 샤토 르 퓌 클로즈리 생 호크
샤토 르 퓌는 1610년부터 400년 동안 가문의 전통 방식으로 와인을 제조해온 보르도 생테밀리옹 지역의 와이너리다.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도 다룬 와이너리로 현재 13대손인 장 피에르 아모로(Jean Pierre Amoreau)가 운영한다. 샤토 르 퓌는 농약과 제초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바이오다이내믹 공법으로 포도를 재배한다. 제조 과정에서도 첨가물은 물론 정제나 필터링 없이 병입, 천연 효모 이외의 그 어떤 첨가제도 넣지 않고 발효시켜 와인을 만든다. 클로즈리 생 호크는 메를로 70%, 카베르네 프랑 20% 카베르네 소비뇽 10% 등 세 가지 포도 품종이 적절하게 블렌딩된 레드 와인이다.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멋을 잘 드러내고 있다. 9만원대
2 TENUTA FORESTO ACRU 테누타 포레스토 아크루
테누타 포레스토는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다. 10~70년 된 다양한 수령의 포도밭에서 화학적 비료를 최소로 사용해 자연친화적인 농법으로 포도를 생산한다. 수확한 포도의 줄기를 제거하고 원뿔 형태로 깎은 참나무 오크 통에 포도를 넣어 온도 조절 없이 자발적인 발효로 숙성시킨다.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바르베라 품종을 100% 사용한 테누타 포레스토 아크루는 싱그러운 과실 풍미와 함께 생동감이 잘 표현된 레드 와인이다. 오크 숙성 후에 더해진 생동감과 꽉 찬 보디감이 특징이다. 9만원대
3 BRENDAN STATER-WEST SAUMUR BLANC 브렌던 스타터 웨스트 소뮈르 블랑
브렌던은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서 손꼽히는 내추럴 와인의 거장 기베르토에게 사사한 미국인 수제자인 브렌던의 와인이다. 소뮈르 블랑은 브레제 지역에서 재배된 슈냉 블랑 품종 100%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레몬빛 컬러는 시트러스 계열과 모과 등 싱그러운 과실 풍미와 풍성한 미네랄리티, 기분 좋은 산미가 매력적이다. 타닌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중심이 잘 잡힌 구조감이 눈에 띈다. 브렌던 스타터 웨스트 와인 중 가격대가 중 가장 높다. 8만원대
4 DOMAINE DE L’ASTRÉ PÈLROGE 도멘 드 라스트르 펠로쥐
도멘 드 라스트르는 프랑스 남서부 도르도뉴 지역에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극소량의 내추럴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생산량이 적어 프랑스 내에서도 만나기 어렵다. 핑크플로이드의 팬을 자처하는 와인메이커는 와인의 강렬한 레드를 표현하기 위해 ‘붉은 피부’라는 뜻을 가진 이름을 붙였다.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세 가지 품종을 적절하게 블렌딩해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질감의 타닌이 유독 눈에 띄는 레드 와인이다. 9만원대
5 RENAUD BOYER EN ATTENDANT ‘RIAUX’ 르노 부아예 어나탕덩 리오
내추럴 와인 생산의 핵심인 ‘기다리는 중’이라는 프랑스어 이름이 붙었다. 와인의 양조 과정 동안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해 자연의 뜻대로 와인이 양조되기를 기다리는 와인메이커 르노 부아예의 철학이 담긴 와인이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코트드본 지역에서 생산된 피노 누아와 가메 품종을 블렌딩한 레드 와인이다. 부드럽고 우아한 팔레트를 지닌 이 와인은 풍부한 레드 베리와 약간의 미네랄리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9만원대

Editor
HAN JI HEE
Photographer
WOO CHANG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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