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Ciao! 2023 Milan Design Week

예술적 흥이 한껏 오른 2023 밀란 디자인 위크

<디자인과 예술, 패션의 성지 밀라노>

Flos 부스 전경

전 세계 리빙·디자인 피플이 손꼽아 기다리던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4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지난 몇 년간 세계적인 어려움으로 다소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며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제 모습을 갖췄다. 이 기간 동안 살펴볼 곳은 너무나 많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누자면, 18일부터 진행한 밀라노 북서쪽 외곽 로 피에라(Rho Fiera) 지역의 본 전시인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와 밀라노 도심 곳곳에서 개최한 푸오리 살로네(Fuori Salone)다. 이 밖에도 람브라테, 브레라, 토르토나 등 디자인 지구로 형성된 곳을 비롯해 미술관이나 소규모 갤러리, 쇼룸과 사무실 등에서 크고 작은 볼거리가 펼쳐진다. 우선 메인 전시라 할 수 있는 가구 박람회가 열린 본 전시장 로 피에라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가구 및 조명, 홈 퍼니싱을 아우르는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곳을 방문할 경우 규모가 워낙 방대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겠다. 1000여 개가 넘는 부스를 모두 방문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에 방문 목적에 따라 어떤 파빌리언을 둘러봐야 할지 브랜드를 미리 살펴보는 것을 권한다.

버블 디스코 볼을 연상케 하는 톰딕슨(Tom Dixon)의 퍼프 메가 브라스(Puff Mega Brass) 펜던트.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로 피에라(Rho Fiera) 전시장.

가구 박람회는 가구 및 디자인 역사를 만들어온 글로벌 플랫폼 살로네 인테르나치오날레 델 모빌레(Salone Internazionale del Mobile), 홈 퍼니싱을 아우르는 인터내셔널 퍼니싱 액세서리 전시, 작업 공간을 위한 워크 플레이스 3.0, 디자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에스 프로젝트, 조명을 한데 모은 살로네 사텔리테(Salone Satellite) 및 격년으로 열리는 유로루체(Euro Luce)로 구성된다. 특히 이번에는 전 세계 조명 시장 절반에 해당하는 조명 관련 기업이 500개 이상 참여한 유로루체의 해였다. ‘빛의 도시’를 주제로 지속가능성과 디지털화, 인간 중심, 디자인 등 조명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었다. 2023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개인의 만족과 자신의 취향을 실현하려는 진지한 소비자를 따라잡기 위해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한층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컬렉션에 담아냈다. 예술과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새로운 실험을 지속하는 2023 밀라노 가구 박람회. 현재와 미래를 잇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경험하기에 최고의 축제임이 분명하다.

아이코닉한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던 드세데(De sede)부스.

<2023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뽑은 트렌드 5>

©Light Scupltures designed by Tom Dixon

1. 빛의 찬사가 이어진 조명의 힘
2년 만에 돌아온 조명 전시 유로루체의 해. 기술과 혁신 그리고 뛰어난 디자인이 융합된 조명 브랜드들이 주목받는 자리였다. 제품과 전시에 몰입할 수 있는 사색적 전시를 위해 이탈리아 거리에서 영감을 얻은 불규칙한 루프로 부스 경로를 구성했다. 공간의 온기를 높여주는 조명에 그치지 않고 예술품과 같은 느낌의 브랜드를 대거 만날 수 있었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엮은 듯한 수공예 감성의 조명등과 액세서리 조명이 아름다운 대조를 이루며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베니니(Venini)의 경우 형형색색의 컬러에 조형미가 더해진 화려한 샹들리에를 선보였다. 버블을 연상케 하는 듯한 톰 딕슨의 조명은 공간 그 자체에서 아트워크가 되기 충분했다.

©Riva 1920

2.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의 현재와 미래
여러 브랜드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첫 단추로 ‘소재’에 주목한다. 아르퍼(Arper)에서는 재생 플라스틱과 폴리프로필렌 소재를 재활용해 간결한 디자인의 AVA02 체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르테미데(Artemide)에서는 제품 생산 시 중량과 포장을 줄이고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플라스틱 소재의 제품을 제안했다. 늘 자원 순환에 긴밀하게 반응하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페드랄리(Pedrali)와 간디아 블라스코(Gandia Blasco)도 주목받았다.

©Salva Lopez

3. 다양한 물성의 변주
서로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생경하고 이질적인 소재를 가구에 믹스 매치하는 경향은 몇 년 전부터 지속된 트렌드다. 하지만 올해는 소재와 디자인 면에서 두드러지게 과감해졌다. 딱딱한 목재에 투명한 물성의 유리를 맞물리거나, 아름다운 패턴의 천연 마블을 믹스하는 등 더욱 다채로워졌다. 천연 목재를 활용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는 리바 1920(Riva 1920)의 베니스(Venice) 벤치나 유리공예의 혁신 글라스 이탈리아(Glas ltalia)의 드리프트 스토리지(Drift_storage), 미노티(Minotti)의 필로티스 콘솔(Pilotis Consolle) 등이 있다.

©Minotti

4. 그리너리와 뉴트럴 톤
소비자는 진화하는 기술력에 찬사를 보내며 미래를 꿈꾸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에서 위안을 얻는다. 나만의 정원으로 소소한 일탈을 권하는 브랜드도 대거 만날 수 있었다. 자연주의 콘셉트 디자인은 지속되고 있다. 전반적인 가구도 내추럴한 소재를 활용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미노티(Minotti)와 막살토(Maxalto), 이탈리아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알리아스(Alias) 같은 브랜드에서도 자연주의 콘셉트를 표방하는 부스를 선보였다.

©knoll

5. 경계 없는 아웃도어 가구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공개된 아웃도어 제품은 야외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은 물론 실내에서도 거리낌 없이 두루 어울리는 아이템들이 재조명 받았다. 이미 인도어와 아웃도어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지만 말이다. 올해는 특히 등받이가 구부러지거나 부드러운 모양의 넓고, 온몸을 감싸는 듯 포근한 분위기의 좌석 소파 라인이 확장됐다. 넉넉한 좌석과 안락한 선베드, 야외 활동을 즐기기에 최적인 정자와 같은 느낌을 주는 카르텔(Kartell), 간디아 블라스코(Gandia Blasco), 제르바소니(Gervasoni), 놀(knoll), 로다(Roda)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패션을 입은 홈 컬렉션의 진화>

©Maxime Verret

탄탄한 통나무 프레임과 가죽 시트의 결합으로 탄생한 앙셀 데르메스(Ancelle d’Hermès) 암체어.

유리 블로잉 장인을 통해 탄생한 수플 데르메스(Souffle D’Hermès) 램프.

간결함의 미학, 에르메스 HERMÈS
에르메스 홈 컬렉션은 늘 기대를 모은다. 이번 2023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에르메스 홈 컬렉션은 ‘아름다움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 혹은 화려한 형태로도 표현될 수 있다’에서 출발한다. 전시장에 놓인 오브제들은 자연의 강한 생명력과 미니멀리즘을 나타내며 방문객을 반긴다. 제품들이 돋보였던 이유는 이와 같이 골조와 선의 어우러짐으로 전시장을 단조롭고 명료하게 연출했기 때문일 터.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그래픽 패턴의 수공예 자수 러그, 건축적 구조미를 지닌 의자, 블로 글라스 기법을 적용한 램프 등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우아한 면모를 드러낸다.

펠트 소재에 섬세한 직조 방식을 더한 시어링 스틱 체어(Shearling stick chair)와 같은 직조 공법으로 만든 백.
새롭게 선보인 로에베의 작품들은 버섯을 모티프로 제작됐다.

로에베만의 언어로 재창조된 시어링 스틱 체어.
포일과 종이 등 의외의 재료를 활용한 페이퍼 룸 스틱 체어 (Paper loom stick chair).

버섯을 콘셉트로 전시장을 꾸린 팔라초 이심바르디 안뜰.

공예에 대한 진심, 로에베 LOEWE
팔라초 이심바르디(Palazzo Isimbardi) 안뜰에 전시된 프로젝트 로에베 체어(LOEWE Chairs)에서 공개된 주인공들은 바로 프로젝트의 이름과 같은 의자다. 라탄 소재보다 내구성이 높은 혁신적인 로이드 룸 스틱 체어 여덟 피스가 공개되는 자리였다.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공예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는 로에베의 상징성을 여실히 담아냈다. 이곳에 서면 오래된 로에베의 전통이 나에게 편안히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장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직조 행위는 일상은 물론 사물까지 재해석해 이 세상 유일무이한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이번 밀라노에서 선보인 로에베 전시에서는 가죽 및 라피아 소재처럼 익숙한 것부터 포일과 종이 등 의외의 재료까지 다양한 물성을 활용한 공예 기술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아틀리에 오이의 스파이럴 샹들리에와 서펜타인 테이블, 벨트 체어. 그리고 루이비통 스튜디오의 토템 램프가 조화를 이룬다.

시대를 이끄는 대담한 디자이너들의 향연, 루이 비통 LOUIS VUITTON
루이 비통은 팔라초 세르벨로니(Palazzo Serbelloni) 안뜰에서 관람객을 맞이했다. 4월 18일 저녁에는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기념하는 특별한 자리도 마련됐다. DJ의 음악에 맞춰 칵테일 파티가 한창이던 팔라초 중앙에서는 프랑스 건축가 마르크 포르네스(Marc Fornes)의 노마딕 파빌리언(Nomadic Pavilion)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이번 시즌에서는 루이 비통의 트렁크를 재해석해 우아함을 한껏 고조시킨 호기심의 트렁크(Cabinet of Curiosities)도 함께 공개되었다. 또한 아틀리에 오이, 로우 에지스, 자넬라토 보르토토, 마르셀 반더스 등 현시대 디자인을 이끄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준비한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11점 및 캄파냐 형제의 스페셜 에디션 2점을 선보였다.

<밀라노에서 만난 K-디자인>

삼성전자 × 토일렛페이퍼
푸오리 살로네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는 화려한 디자인과 색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이탈리아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브랜드 토일렛페이퍼(TOILETPAPER)와 국내 브랜드 삼성의 비스포크 갤러리 존 때문. 통통 튀는 색감에 더해진 팝아트적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토일렛페이퍼와 협업한 비스포크 냉장고를 선보인다. 이번 한정판 냉장고 패널은 디저트 테이블과 장미 립스틱, 거울 등 기존 토일렛페이퍼의 심벌을 전면에 배치해 과감하고 우아한 느낌을 준다. 또한 토일렛페이퍼 본사에서도 전시가 이뤄졌다. 주방과 침실 등 공간별로 놓인 비스포크 냉장고와 독창적이고 화려한 감성이 담긴 아트월이 관람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LG올레드 × 모오이
첸트랄레역 부근 옛 텍스타일 저장 창고로 쓰이던 살로네 데이 테수티(Salone dei tessuti)에서 진행된 모오이(Moooi)와 LG올레드의 협업도 눈에 띈다. 현대적 디자인과 과거의 클래식 분위기가 공존하는 모오이는 매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독창적이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특별한 인생(A Life Extraordinary)을 주제로 LG 올레드와 손잡고 차별화된 홈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선보였다. 공간 사이사이에 배치된 LG 올레드 오브제 컬렉션 포제와 이젤, 스탠바이미 등을 공개했다. 이 외에도 스피커와 공기청정기에도 모오이 디자인을 고스란히 적용해 감각적이고 다층적인 디스플레이를 제안한다.

노루 NOROO
국내 페인트 산업을 이끄는 노루 그룹에서는 페인트업계 최초로 밀란 디자인 위크에 참여한 바 있다. 밀라노 토르토나(Tortona) 지구 비아 노비5(Via Novi 5)에서는 노루 그룹의 철학이 담긴 전시 미라지(Mirage)가 열렸다. 전시 테마 미라지는 신기루를 뜻하며 ‘어려운 시대에 희망을 주는 자연의 현상’으로 재정의했다. 전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컬러와 빛, 폴란드 유망 디자이너 팀 UAU 프로젝트가 참여한 3D 입체 조형물을 통해 현지 관람객의 높은 관심을 얻었다.

Editor
LIM JI MIN
취재 협조
살로네 델 모빌레 사무국(salonemilano.it) 및 각 브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