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그라플렉스와 롯데백화점이 명동에서 만난다

그라플렉스의 유연한 세계를 펼친 2023 명동 페스티벌

명동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시각화한 작업을 한데 모았다. 이 작업은 명동 곳곳에서 볼 수 있고 한정판 굿즈로도 판매될 예정이다.

그래피티, 스트리트 아트, 그래픽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각언어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작가 그라플렉스(GRAFFLEX)가 명동을 자신의 세계로 초대했다. 그라플렉스는 <서울페스타 2023 명동 페스티벌>의 아이덴티티와 심벌 아트워크에 참여해 검은 선으로 연결된 그리드에 아주 근사하게 명동을 펼쳤다. 롯데백화점 본점을 중심으로 눈스퀘어와 명동예술극장을 잇는 명동길 일대에서 진행되는 명동 페스티벌은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은 상인들을 위로하고 다시 찾은 국내외 관광객을 환영하는 뜻을 지닌다. 즐겁고 재미있는 상상을 이끄는 그라플렉스의 작업은 이러한 취지를 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아우른다. 그라플렉스가 생각하는 명동은 다양성을 품은 화합의 장소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 모습을 지닌 사람들이 명동에서 만나요. 그 부분에 주목해 이번 작업을 진행했어요. 서로 어울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같은 장소에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어요. 서로 다른 존재가 하나의 작품에서 공존하게 될 거예요.” 그라플렉스는 이번에는 명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요소들을 추출하고 자신의 언어로 풀어낸다. 남산서울타워, 명동성당, 롯데백화점, 명동예술극장과 같은 대표적인 건축물은 물론 떡볶이, 탕후루, 소떡소떡 등 길거리 음식도 넣었다. 검은 선들로 완성된 작품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다양성과 화합의 본래 뜻을 그대로 담듯, 작가가 창조한 명동을 상징하는 아이콘들은 한데 모여 하나의 세계가 된다. 작품은 한국적이기까지 하다. “제 작품 중에 ‘FRAME’ 연작이 있어요. 다양한 소재를 아이콘으로 만들고 그것을 틀 안에 넣어 구성한 작품이죠. 이 연작의 시작은 어릴 때 자주 보았던 ‘창’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창호지가 붙어 있던 미닫이문이었는데, 공간과 공간을 구분하기도 하고 연결하기도 하는 창의 속성이 시대와 세대, 문화까지 확장하는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그라플렉스는 명동을 소재로 작업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작가들과 협업한 공공미술로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진 재미로(남산동 2가 15-27) 일대를 캔버스 삼은 프로젝트에 2021년 참여한 바 있다. 이번 명동 페스티벌의 메인 아티스트로서 명동의 지명을 시각화하고 다양한 요소를 한데 아우르는 아트워크를 완성하는 데 애정이 남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재미로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당초 계획한 많은 부분이 진행되지 못해 참여 작가로서 아쉬움이 남던 터였다. “누구에게나 명동은 특별한 추억을 떠올릴 만한 장소라고 생각해요. 처음 가족들과 함께 명동을 방문하고 남산서울타워에 올랐을 때를 기억해요. 재미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는 추억 속 명동이 아니라 명동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 계기였어요. 이 동네만의 특별함을 기억하고 있죠.”

그라플렉스는 그래피티(graffiti)와 플렉시블(flexible)을 결합해 작가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본래 만화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게임 회사와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음반 레이블 아메바컬처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쌓아온 시각 작업의 공력은 다양한 영역에서 발현된다. 201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회화, 조각, 설치, 일러스트, 아트 토이 등으로 창작의 영역이 확장되는데, 아트워크만 살펴봐도 이름 뜻 그대로 ‘플렉시블’이라는 개념이 주요하게 관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작가가 구축한 세계를 이루는 검은 그리드와 원, 삼각형, 사각형 등 기초 도형은 ‘유연함’에 최적화된 요소다. 이번 2023 명동 페스티벌 협업을 통한 아트워크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라플렉스의 작업을 즐기는 데 참조할 만한 개념이 될 것이다. “제 이번 협업은 어떤 메시지를 강조하기보다는 그저 솔직하게 바라보고 느끼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앞서 말한 다양성이 나라와 문화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과 감동에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제 작업이 놓일 공간에서 모두에게 기억할 만한 순간을 경험했으면 해요.”

왼쪽 ‘명동’이라는 지명을 해체한 작가는 ㅁ과 ㅇ, ㅕ에 주목한다. 밝음을 뜻하는 지명에서 해와 달, 빛의 의미를 착안해 만든 명동의 아이콘과 상징으로 구성한 아트워크.
오른쪽 얼굴 없는 스마일에서 출발한 그라플렉스의 ‘볼드’ 캐릭터는 이번 명동 페스티벌에서도 재미와 즐거운 요소를 배가시킨다. 명동 아이콘이 적용된 모습으로 명동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시×롯데백화점 <서울페스타 2023 명동 페스티벌> 서울시와 롯데백화점이 손잡고 2023 명동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이번 축제는 관광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의 매력을 알리는 서울페스타의 일환이다. 명동 상권 관광을 명소화하기 위한 취지를 지닌 명동 페스티벌은 국내 아티스트와 협업해 지역 내에서 보고 즐길 작품을 전시한다. 롯데백화점 본점을 중심으로 스탬프투어, 영수증 이벤트, 아트 클래스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축제는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흘간 진행한다.

Editor
HAN JI HEE
Photo
롯데백화점 제공(작품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