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경매 세계에서 스타가 된 작품들

최고의 예술적 가치를 품은 아트 & 럭셔리 오브제.

미술시장의 호황을 연일 외치던 작년과 달리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미술시장의 위축, 불안을 예고하는 2023년의 미술시장 전망이 기사를 통해 끝없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예술적 가치와 미래 가치를 좇는 진정한 컬렉터들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다. 미술품은 물론 클래식 자동차, 빈티지 시계, 희귀 악기, 스포츠용품 등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관심은 럭셔리 오브제로 확장 중이다. 2022년 소더비의 경매 결산을 보면 입찰자의 40% 이상이 신규 방문자로, 이들이 럭셔리 카테고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50%에 달했다(40세 미만의 입찰자 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옥션 등 세계적인 옥션 회사들 역시 미술품은 물론 럭셔리, 앤티크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최근 몇 년 사이, 어떤 아트 & 럭셔리 오브제가 까다로운 컬렉터의 눈에 낙점됐을까. 최고의 낙찰가를 기록한 각 분야의 아트 & 럭셔리 오브제. 그것은 수집품을 넘어 예술적 가치와 미래 가치를 대변한다.

© Christie’s Images Limited 2023

조선시대 달항아리
조선의 달항아리가 저 멀리 뉴욕에서 약 60억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은 더욱 놀랍다. 지난 3월 2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조선시대의 백자 달항아리가 최고가를 경신했다. 18세기에 제작된 높이 45.1cm의 달항아리는 당초 추정가인 100만~2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456만 달러에 최종 낙찰됐다. 일본인 개인 소장자가 내놓은 것으로, 일반적인 달항아리보다 크고, 균형 잡힌 형태와 반투명 유약을 사용한 은근한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 Tarisio

과르네리 1731 ‘Baltic’
3월 16일,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과르네리 바이올린이 타리시오(Tarisio) 옥션 현장에 등장했다. 과르네리 1731 ‘발틱(Baltic)’이 그 주인공. 발틱은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현악기를 제작하는 3대 바이올린 가문의 후손인 거장 주세페 과르네리 델 게수(Giuseppe Guarneri del Gesù)가 1731년경 수작업으로 제작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귀한 악기 중 하나로 꼽힌다. 최고급 단풍나무로 제작된 발틱은 994만 달러(약 131억)에 낙찰됐다.

© Christie’s Images Limited 2023

제프 쿤스 ‘Rabbit’
생존 작가 최고가! 미국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토끼(Rabbit)’가 그 빛나는 주인공이다. 2019년 5월 15일 뉴욕 크리스티에서 열린 ‘전후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에서 세운 기록으로, 9107만5000달러(2019년 환율 기준 약 1082억)에 낙찰됐다. 높이 약 1m의 이 스테인리스스틸 조각상은 차갑고 단단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순수한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마치 미래형 아이돌 같다. 1986년에 만들어진 ‘토끼’는 30여 년 만에 20세기 예술의 가장 상징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The Williamson Pink Star, Sotheby’s Hong Kong, 7 October 2022, World record price per carat for any diamond or gemstone

핑크 다이아몬드 The Williamson Pink Star
세상에서 가장 희귀하고 가치 있는 보석으로 통하는 핑크 다이아몬드. 2022년 10월 7일 소더비 홍콩에서 윌리엄슨 핑크 스타(The Williamson Pink Star) 다이아몬드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11.15캐럿의 팬시 비비드 핑크 다이아몬드와 다이아몬드 링으로 되어 있는 윌리엄슨 핑크 스타는 탁월한 컬러와 완벽한 투명도로, 지금까지 발견된 보석 중 가장 희귀한 다이아몬드로 꼽힌다. 최종 낙찰가는 5770만 달러(약 764억원). 이것은 모든 다이아몬드 또는 보석의 캐럿당 세계기록 가격이다.

© Kobay Auction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
지난 2월 22일, 한국 현대문학 작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이 탄생했다.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으로, 코베이옥션 제263회 ‘삶의 흔적’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에서 1억5100만원에 낙찰됐다. 1926년 회동서관에서 간행된 <님의 침묵>은 그의 시 총 88점으로 구성돼 있다. 초판본과 1934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출간한 재판본 모두 출간 직후 일제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희귀본이다.

Ming Dynasty Chair, 71.2×67.2×102.8cm, Evening, Sotheby’s Hong Kong, 8 October 2022

명나라 의자
명나라 후기에 제작된 접이식 말굽형 안락의자로, 매우 귀한 중국 목재인 황화리(黃花梨)를 사용했다. 중국 목수들이 만든 디자인 중 가장 눈에 띄고 유명한 디자인으로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접이식 휴대용 의자로 고안됐다. 홍콩 사업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고(故) 요셉 호텅(Joseph Hotung)의 개인 소장품으로, 2022년 10월 8일 소더비 홍콩 이브닝 옥션에서 1590만 달러(약 210억)에 낙찰됐다. 이는 경매에 나온 의자 중 세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Piet Mondrian, Composition No. II (1930), Oil on canvas in artist’s frame, 51 by 51cm. Modern Evening Auction, Sotheby’s New York, 14 November 2022, Auction record for the artist

몬드리안 ‘Composition No.II’
피에트 몬드리안 작가의 최고가가 갱신됐다. 작년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 이브닝 세일에 출품된 ‘Composition Ⅱ’(1930)가 5100만 달러(약 673억원)에 낙찰된 것. 몬드리안 화업의 정점에 그려진 이 작품은 수직과 수평의 상반된 힘과 그 생명력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20세기 가장 대담한 작품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이 경매에 나오는 일은 매우 드문 일. 심지어 이 작품이 마지막 경매에 나온 것도 약 40년 전으로 당시 220만 달러에 낙찰됐다.

Mercedes-Benz, 300 SLR Uhlenhaut Coup, Found, acquired, and fully restored by Mercedes-Benz, specialists BRABUS, Sotheby’s RM Auction, Stuttgart, 5 May 2022

메르세데스-벤츠 300 SLR Uhlenhaut Coupé
전 세계 자동차 전문가와 애호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로 꼽는 차. 메르세데스-벤츠 300 SLR 울렌하우트 쿠페가 ‘역대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라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추가했다. 2022년 5월 5일 세계 최대 규모의 컬렉터 카 경매사인 RM 소더비를 통해 1억3500만 유로(약 1940억)에 판매된 것. 메르세데스-벤츠 레이싱 부서에서 제작한 단 두 대의 프로토타입 중 하나인 이 차는 1955년에 제작되었으며, 제작자이자 수석 엔지니어인 루돌프 울렌하우트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Yoshitomo Nara, In the Milky Lake, Acrylic on canvas, 197×194cm, 2012, Evening Auction Sotheby’s Hong Kong, 5 April 2023

나라 요시모토 ‘In the Milky Lake’
쿠사마 야요이를 잇는 일본의 또 다른 이슈 작가. 바로 나라 요시토모(Yoshitomo Nara)다. 4월 5일 소더비 아시아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이브닝 경매가 홍콩 소더비에서 열렸고, 나라 요시모토의 ‘In the Milky Lake’(2012)가 1280만 달러(약 169억원)에 낙찰됐다. 그뿐만 아니라 3월 30일 필립스옥션 홍콩 경매에서도 ‘Lookin' for a Treasure’(1995)가 최고가인 약 140억원에 낙찰됐다. 이들 모두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장 작가의 저력을 보여준 기록이다.

Jean-Michel Basquiat, Untitled, 239.4×501cm, 1982 © Philips Auctions

장-미셸 바스키아 ‘Untitled’
세계 3대 옥션 중 하나인 필립스옥션의 아트 부문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 바로 비운의 천재 화가, 거리의 이단아로 불리는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Untitled’다. 존경받는 일본 기업가 마에자와 유사쿠(Yusaku Maezawa)의 컬렉션으로, 바스키아를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려놓은 분수령이 된 1882년에 제작되었다. 2022년 5월 18일 뉴욕 필립스옥션 이브닝 세일에 출품된 이 작품의 최종 낙찰가는 8500만 달러(약 1121억원)다.

© Kobay Auction

이승엽 600호 홈런볼
국내 스포츠 부문 최고가 기록은? 2016년 9월 14일 삼성과 한화 경기에서 600호 홈런을 달성한 이승엽 선수의 600호 홈런볼이다. 개인 통산 600호 홈런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 최초이며, 메이저리그에서도 8명밖에 없을 정도. 작년 11월 30일 코베이옥션 ‘삶의 흔적’ 경매에서 이승엽 선수의 홈런볼이 1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국내 스포츠 분야 최고가 및 역대 최고가 홈런볼 기록이다.

© Philips Auctions

폴 뉴먼 Rolex ‘Paul Newman’ Daytona
롤렉스 데이토나는 명품 시계 수집가들이 탐내는 손목시계 중 하나다. 자동차 경주가 열린 플로리다주 데이토나의 이름을 딴 이 시계는 영화배우이자 카레이서였던 폴 뉴먼이 사랑한 시계로 명성을 떨쳤다. 2017년 10월 26일 뉴욕에서 열린 필립스옥션 경매에 롤렉스 데이토나의 가장 권위 있는 버전이라 불리는 폴 뉴먼 데이토나가 등장, 1775만 달러(약 234억)에 낙찰됐다. 이는 빈티지 손목시계 중 세계 최고가다.

Ren Magritte, L’empire des lumies (1961), Oil on canvas, 114.5 by 146cm, Modern & Contemporary Evening Auction London, 2 March 2022, The most valuable painting ever sold in Europe in GBP © Sotheby’s

르네 마그리트 ‘L’empire des lumières’
소더비가 판매한 2022년 미술품 톱 10. 영광의 1위는 11월 16일 소더비 뉴욕 컨템퍼러리 이브닝 경매에서 8540만 달러(1128억)에 낙찰된 앤디 워홀의 ‘White Disaster (White Car Crash 19 Times)’(1963)이다. 2위는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L’empire des lumières)’(1961)으로 3월 소더비 런던의 모던 & 컨템퍼러리 이브닝 옥션에서 5940만 파운드(7980만 달러, 약 1052억)에 판매됐다. 달러화의 강세 속에서 이 작품은 ‘유럽에서 GBP로 판매된 가장 가치 있는 그림’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밤과 낮이 화해한 신비로운 빛의 제국을 곁들여 감상하길.

Contributing Editor
SEOL MI 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