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이달의 전시-마우리치오 카텔란 < WE >
앙팡테리블의 화려한 귀환, 마우리치오 카텔란 < WE >
©Kyoungtae Kim
‘Him’, 2001 © Maurizio Cattelan
학교 규칙을 따르는 일이 고문 같았던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열두 살 때 처음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새로운 규칙을 시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트럭 운전사와 가정부로 일하던 부모 밑에서 자라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까닭도 있었다. 동네 교회에서 성화를 파는 일은 지루했다. 어느 날 성 안토니오 조각품에 콧수염을 그리는 장난을 쳤다. 마르셀 뒤샹이 인쇄된 모나리자의 얼굴에 수염을 그렸던 것처럼.
카텔란의 작품에서 일상의 이미지를 도용하고 차용하면서 모방과 창조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뒤샹의 작품을 떠올렸다면, 이상하지 않다. 개, 당나귀, 타조, 거대한 고양이는 물론 공중에 매달아놓은 실물 크기의 말 등 다양한 박제 동물과 동물 뼈로 만든 그의 초기 작품은 재미있고 흥미롭다. 또한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와 작품 너머의 모호함을 전달한다. “미술에는 폭넓은 논의를 불러일으킬 잠재력과 세상으로 나아가 수많은 대중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에 그럴 능력이 없다면, 그건 그냥 쓸모없는 것이지요.”
카텔란은 충격적이며 잊을 수 없는 시각 이미지를 내놓는 동시에 비시각적인 현상도 도모했다. 카리브해 비엔날레를 조직하여 전시에 초청한 작가 10명에게 작품을 받는 대신 카리브해 해변으로 휴가를 보냈고, 1990년에는 세네갈에서 건너온 불법 노동자들을 모아 축구팀을 만든 후 이들에게 라우스(Raus, 독일어로 ‘나가’라는 뜻)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혔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세련되고 우아해 보이는 미술계의 허위적인 속성을 비판하거나 미술과 정치의 관계를 집요하게 고발한 마르셀 브로타에스, 한스 하케의 작업을 연상케 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십자가를 잡은 채 쓰러져 있는 ‘아홉 번째 시간’, 기도하는 히틀러의 모습을 한 ‘그(Him)’에서 카텔란은 미술, 정치, 사회를 거쳐 종교에 관여한다. 한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종교와 뒤틀린 관계를 맺게 된다”고 말한 작가는 “저나 제 세대의 작가들에게 종교는 실패나 죄의식의 일부”임을 고백하기도 했다.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카텔란의 개인전은 ‘2011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이후 그의 작품에 대한 가장 대규모 리서치’라고 한다. 리움의 전시를 보기 전에 구겐하임의 개인전 설치 모습을 확인해보자. 천장에 매달린 100점이 넘는 카텔란의 오브제는 리움의 설치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평소 기자들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카텔란은 이번 전시에서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친구이자 협력자인 큐레이터 프란체스코 보나미가 작가를 대신해 질문에 답했다. 언론에 게재된 작가 사진은 사전에 준비한 배포 자료였다. 하지만 그의 연출되지 않은 얼굴을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었다. 작가는 작품 설치가 끝났는지 스태프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해산물을 구경하고 있었다. 여전히 호기심이 가득한 30년 전 앙팡테리블의 눈빛 그대로였다.
‘La Nona Ora’, 1999 © Maurizio Cattelan
Writer
안경화
사진 제공
리움미술관